"까다로운 규제.전투적 노사관계 개선은 필요충분조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1-04 06: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한국경제 대도약 시대를 열자
대기업-중소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교착화 해소 시급
전문가들 "서비스산업 육성해 내수 활성화" 강조

대내외 경제전문가들은 '고용없는 성장'이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지 않을까 연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해도 각종 거시지표는 지난 해보다 좋아지겠지만 지표상의 호전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수시장 육성 →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패러다임 쉬프트)이 정착되려면 '서비스업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기화로 수출 일변도로 짜여진 국내 경제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감한 규제완화'와 '전투적 노조문화개선'은 한국경제 대도약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임을 경제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빈익빈·부익부 고착화되나 =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거시적 경제지표만 보고 한국경제가 정말 잘 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매출이 늘지 않고 있고 힘들어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 경제는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를 경험해야 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행진이 계속됐다. 반면 전체 기업의 90%를 넘는 중소기업들은 인력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을 정도의 경영난에 직면해야 했다.

올해 역시 상황은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두자릿수 이상의 설비투자가 예고된 대기업과는 뚜렷히 대조되는 점이다.

인천 남동공단 내 도금업체 정상문 사장(가명, 62세).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정 사장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미 중국기업에 해외 거래선을 하나 둘씩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중국업체들을 이길 수 있는 기술개발이나 제품개발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의 설자리가 없어지면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고용환경 악화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SERI) 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큰 폭의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년 경제에 고용없는 회복이 현실화할 경우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과 내수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규제완화·노사관계 개선'은 필요충분조건 = 글로벌 경제환경도 녹녹치 않다. 각 국 정부는 분·초를 다툴 만큼 경쟁적인 투자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개방경제에서 외국기업 투자유치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최고의 외투단지인 경제자유구역내에서조차도 이같은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몇해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 지식정보단지내에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가 무산된 아픈 경험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참여의사를 보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 초일류 다국적기업들은 막판 세금·금융 등 이중삼중의 규제와 전투적 노사관계 때문에 우리나라로부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당시를 회고한 이환균 전 ifez 청장은 "한·미 FTA, 한·EU FTA 등 각종 자유무역협정으로 개방의 문이 활짝 열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이중삼중의 (정부)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청장은 "외투기업이 우리나라에 공장을 세우고 금융거래를 하고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이중삼중의 규제와 전투적 노사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도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이라며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보장되고 전투적 노조문화를 대체하는 합리적 노조문화가 정립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조조정도 제대로 안되고 걸핏하면 파업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인이 국내에 공장을 짓겠냐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서비스업 육성 요원…내수 활성화 시급' = 국내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의 수출지향정책 일변도인 것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국내 총요소생산성이 지난 10년동안 정체(1.7) 상태이고,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3.5% 내로 주저앉게 되면서 경각심이 일고 있다. 제조업 고용유발계수가 점점 감소하면서 성장과 고용의 불균형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20년 안에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소비 침체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탄탄한 내수기반 없이는 생존조차도 담보할 수 없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중국 미래학자 쑹훙빙(宋鴻兵) 환추(環球)재경연구원장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이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쑹 원장은 "미국은 GDP의 72%가 소비에서 나올 정도로 전형적으로 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며 "세계 경제, 특히 아시아 경제가 이번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 국 정부가 안정적인 투자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의 동반부실화로 이어진 금융위기 이후 서비스업 개방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 반발을 뛰어넘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손성원 석좌교수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바다(세계경제)가 출렁이면 배(한국경제)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제파고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금융과 유통,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별취재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