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몽구 회장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날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은 고(故) 정주영 회장 때부터의 오랜 숙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가 이곳을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밀폐형 원료저장고’ 등 친환경 시설이 그것. 대표적인 환경공해 산업인 제철소가 친환경 이미지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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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밀폐형 원료저장고. 이 곳 제철소는 항만 하역부터 저장고까지의 이동을 모두 밀폐형으로 건설돼 철광석, 유연탄이 날려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제공=현대제철) |
이처럼 올해도 산업계 전반의 친환경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 등 앞으로 ‘친환경’이란 수식어 없이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그룹사는 올 한해 ‘친환경’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각 사 신년사에도 드러나 있다.
◆삼성 “건강·환경이 미래 중심축”
삼성그룹을 대표하고 있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 2년간의 경제위기는 새로운 질서가 재편되는 서막”이라며 “올해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지성 대표이사는 “건강·환경·라이프케어 등 신규 사업 분야가 기존 인포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10년 후 삼성전자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적극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친환경 관련 각종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등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고 다짐했다. 현재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가운데 ‘친환경’을 미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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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왼쪽)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는 모습. 현대·기아차는 올해를 4대 그린카 강국 진입의 원년으로 삼고, 포스코는 올해부터 9년간 녹색산업에 7조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그린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제공=각 사) |
◆현대차 “4대 그린카 강국 진입”
지난해 연 생산 300만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인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도 공격 경영과 함께 ‘4대 그린카 강국’ 진입을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정몽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녹색성장과 4대 그린카 강국 조기 진입을 목표로 세계적 수준의 친환경차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올 한해 저탄소 고효율 엔진 개발, 하이브리드차 본격 양산 돌입 등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차 핵심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LG “환경문제가 미래 좌우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사업의 판도’를 바꾸는 기반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당부했다. 5~10년 후를 내다보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 회장은 “미래를 준비하며 환경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미래 투자가 결실을 맺으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인내가 필요하므로 경영진께서는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확신을 가지고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 역시 녹색경영이 기업성장에 있어 필수 사항이라며 올해 이를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그린산업은 LS와 같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며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전기차 핵심부품 등 각 분야에서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라”고 임직원들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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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를 하는 구본무 LG 회장(왼쪽)과 저탄소경영 선포식을 하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환경문제가 미래를 좌우한다"며 경영진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주문했다. 윤 회장은 이번 발대식을 통해 '환경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쌓아나간다는 방침이다. (제공=각사) |
◆포스코 “녹색산업에 7조원 투자”
올해 ‘포스코 3.0’의 원년을 선언한 포스코는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미래성장전략실을 신설해 연료전지·태양광·풍력 등 그린에너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한 바 있다.
특히 올해부터 2018년까지는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 친환경·녹색사업에 7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아울러 2018년 매출 목표의 10%인 10조원을 이 사업에서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GS·한진 등 ‘친환경’ 한목소리
GS·한진·웅진 등 주요 그룹 역시 ‘친환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며 “신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타깃분야를 좁혀 나가며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올해 경영 키워드로 ‘친환경’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환경 문제가 올해의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이라며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웅진그룹은 4일 ‘저탄소경영’ 선포식을 열고 오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룹 성장률 대비 50%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윤석금 회장은 이번 선포로 “환경기업 이미지를 선점하고 새 수익 창출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영위기를 선방했던 각 기업들은 올 한해 본격적인 공격 경영과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이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각 기업들의 올 한해 친환경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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