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는 대신 신용대출 금리를 올려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ㆍ신한ㆍ기업ㆍ외환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함과 동시에 신용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가량 올리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한 기업은행은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달 첫째주와 이번주 2주에 걸쳐 신용대출 금리를 0.15%포인트 올렸다.
외환은행도 신용대출(리더스론) 금리를 최근 2주새 0.03% 올려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외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를 0.18%포인트 내려 4.92%로 책정했지만, 최고 금리는 오히려 0.02%포인트 올린 6.67%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은 최고 금리에 가깝게 형성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금융비용 절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한 우리은행은 다음주에 신용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금리 인하에 나선 신한은행 역시 다음주 신용대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2주새 신용대출 금리가 오를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신용대출은 고객이 CD 3개월 물과 금융채 6개월 물 중에서 기준금리를 선택하고, 은행이 고객의 신용을 평가해 가산금리를 책정한다.
현재 CD 금리는 2.88%로 올 들어 변화가 없고, 금융채 금리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4%대 초반에서 하향 안정세를 띄고 있다.
다만 기업은행 등이 기준금리로 쓰고 있는 코리보(KORIBOR)는 지난해 12월 7일 2.79%에서 이달 11일 2.88%로 0.09%포인트 올랐다.
결국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였기 때문에 신용대출 금리가 올랐다는 얘기다.
예금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올린 상황서 신용대출 잔액이 한해 10조원 증가할 경우 가계에 가중되는 금리 부담은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반대로 은행으로 유입되는 돈은 1000억원 증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다른 부분을 통해 보전하려 하고 있다"며 "생색내기 좋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예전부터 다른 은행에 비해 가산금리가 높았고, 외환은행도 최소 금리를 낮춰 혜택의 폭을 고신용자로 좁혔다"며 "최근 일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조치는 서민 금융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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