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하 KT 개인고객부문 무선네트워크 개발 담당 |
어렸을 때 본 TV 만화 영화 '가제트 형사'를 기억하는가.
가제트형사를 보면 무슨 사건이 생겨 본부에서 가제트형사에게 특수 임무를 전달하기 위해 손목시계에 얼굴이 나타나는 영상통화 장면이 매회 등장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조차 없던 당시에 시계로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막연히 먼 미래에나 그런 걸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손목에 차는 휴대폰(와치폰)이 현실에도 등장했고 영상통화는 이제는 누구나 이용하는 보편적인 기능이 됐다. 이는 이동통신 기술이 지난 10 여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기술 혁신을 이뤄왔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동통신이 발전해온 단계를 잠시 돌아보면 1세대 이동통신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CDMA 방식으로 음성 서비스 중심의 휴대폰이 대중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다. KT(당시 KTF)가 3세대 WCDMA 방식의 '쇼(SHOW)' 서비스를 시작하며 영상통화나 무선인터넷 등이 일상화됐다.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그리고 앞으로 나올 4세대, 5세대... 이렇듯 지속적인 이동통신 발전이 가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답은 엉뚱하게도 중학교 때 배운 삼각함수의 사인파(사인곡선) 그래프에 나와있다. 위 아래로 일정 진폭을 무한히 반복하는 마치 물결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사인파야말로 전파 신호를 만드는 근본 열쇠다.
이동통신 신호는 수많은 사인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만약 종이 위에 임의의 곡선을 그리면 그 곡선은 수많은 주파수로 이뤄진 사인파들의 위상 및 진폭을 조정해 합한 것과 동일한 형태를 갖게 된다. 얼핏 이해 되지 않는 것 같아도 이미 수학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했다. 통신 기술에도 이러한 원리가 밑바탕이 돼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이동통신으로 동영상이나 사진파일 등 대량의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고속의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넓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 어떤 신호로부터 여러 주파수로 구성된 사인파들을 뽑아내고 사인파들을 분석해 정보를 얻어 내는 과정에서 대량의 사인파들을 뽑아내기 위해 더 많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속의 데이터 통신을 위해서는 기존에 사용하지 않은 고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거나, 공간을 다중 분할하여 사용하는 방식 등이 이용돼 왔다. 최근에는 이보다 진화된 형태로 셀 크기(기지국 하나가 지원하는 지역)를 줄이는 방식이 이용되고 있다.
KT가 제공하는 '쿡앤쇼(QOOK&SHOW)' 서비스는 유무선 컨버전스(FMC)라는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다. 앞에서 말한 셀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FMC는 사인파의 활용 방식이 서로 다른 이종 네트워크 융합 솔루션이기 때문에 FMC 휴대폰 단말에는 각각의 사인파를 처리하기 위한 장치가 내장돼 있다.
따라서 FMC 기술을 통해 가정에서는 셀 크기를 줄여 무선랜 커버리지 내의 소수 사용자에게 고속의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동통신 기지국 커버리지에 있는 다수 사용자에게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통신 기술의 발전이 사인곡선이라는 단순한 키에서부터 비롯돼 무궁무진하게 진화해왔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앞으로 다가올 차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얼마나 더 놀라운 서비스가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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