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해임 논쟁이 야권에는 긍정적 영향을 여권에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야당이 꺼낸 정 총리 해임안 카드가 이들을 뭉칠 수 있게 해준 반면 여당 내 싸움은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권은 집결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4당은 공조를 통해 정 총리 해임건의안을 당장 오는 1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세종시 논란의 책임을 정 총리에게 묻겠다는 것.
여권은 분열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총리 해임에 동조와 반대표로 극명하게 갈렸다.
친박계 일부는 정 총리에 대한 야권의 국회 해임안 추진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 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져 안타깝다”고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하자 자극을 받은 것이다.
공개적으로 찬성입장을 밝힌 친박의원도 있었다. 이성헌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 방송에서 “개인적으로는 지금 총리가 계속 있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라든지 나라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총리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해도 이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략적 정치공세에 불과한 안건 상정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종시 문제는 정부가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개정 법안을 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총리해임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당내 친이계 의원들도 세종시 수정을 위한 정부 측 입장을 옹호하고 있어 당내 총리 해임 공방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야권이 꺼내든 해임안 카드는 최근 정국의 흐름과 맞물려 폭발력있는 뇌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2월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안 상정을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와도 맞물려 있어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총리 해임안은 국회재적(297명) 과반(149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를 위해선 모두 119석인 6개 야당, 무소속 의원(9명) 일부가 공조하고 한나라당 친박계 5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정 총리의 해임안은 가결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는 어떠한 형태의 공조도 시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남의 당 내분을 이용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고 했다. 여권내 분열을 부추긴다는 여론의 역풍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이강래 원내대표가 “친박이든 친이든 한나라당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은 것도 이와 관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야당이 이 같은 '정 총리 해임 논쟁'을 통해 세종시 문제를 변질시키고 있다며 비판했다. 구 의원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남긴 글을 통해 "야당은 마치 정운찬 총리가 해임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물타기를 하고 한나라당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치졸한 정치적 술수"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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