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잡기만 열중하는 정치권 비판
서민들, 생활경제 지원책 마련 한목소리
불경기의 반영일까. 명절을 쇠는 세태가 바뀐 탓일까. 훈훈한 설 민심은 옛 이야기다. 극심한 경제 불황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서민들의 생활 경제는 가계가 흔들릴 정도를 넘어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이다.
이 같은 경기 한파 속에서 지낸 이번 설 연휴, 설 민심은 냉담 그 자체였다. 특히 정부의 세종시 문제가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민심잡기 행보에만 분주했다는 지적이다. 당장 경제 불황에 희망 잃은 민생은 안중에 없고 당정은 세종시라는 소모적인 논쟁만 벌인다는 것.
설 명절을 바로 앞 둔 13일 서울역 인근은 인파로 가득 찬 반면 뜻밖에 조용했다. 들뜬 명절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다. 설날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기색이다.
연고지가 대전인 택시기사 김동우(54)씨는 "결과를 내놓고 과정에 대해서 설득력이 너무 없는데다 우리는 이렇게 하니까 너희는 따라오라는 식"이라며 "부처 이전은 반대지만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 하려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김조국(31)씨는 세종시가 원안추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방과 서울을 비교했을 때 물론 지금도 발전한 지방 수도권이 많지만 일단 정부 기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지역 발전이 더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번 설 고향 가는 표를 어렵게 구했단다. 김씨는 "연휴가 짧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표가 금방 바닥이 났다"며 "어쨌든 표를 구해 부모님을 뵈러 가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는 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 평소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 한혜림(25)씨는 이번 주말 아르바이트하는 가게가 쉬지 않아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지 않을 계획이란다.
한씨는 "일하지 않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라 쉬긴 곤란하다”며 “휴일에 출근해 똑같은 수당을 받는 것도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는 늘 서민행보를 외치는데 사실 변한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맨날 세종시다 뭐다 하면서 싸우기나 하고 일자리 해결은 도대체 언제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 때문에 어려워진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정쟁의 결과야 어떻게 됐든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직장인 홍덕인(30)씨는 "마트에 가니 과일·야채 값이 너무 올라 선뜻 집을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장 서민들은 물가에 한숨만 쉬는데 과연 세종시가 누구를 위한 계획인지 회의가 든다"며 "실질적인 서민경제부터 돌봐 달라"고 소리를 높였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예윤(45)씨는 "정치인들이 세종시 문제를 두고 싸움질만 하고 결국 서민들은 외면했다"며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어 이번 설에도 아이들에게 옷 한 벌을 못 사줬다"고 말끝을 흐렸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봉립(37)씨는 "표심에 휩싸여 정쟁만 벌일 것이 아니라 서민들 살림살이 개선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6·2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이 이번 명절 대부분 고향을 찾아 설 민심을 잡고자 민감하게 반응한 데 따른 것이다. 각 후보자들은 향우회나 불우이웃 시설,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며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등 홍보에 나섰다.
김씨는 이어 "요즘처럼 정보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꼭 지방에 내려가야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것이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아주경제= 차현정·팽재용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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