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가 났다.
진원지는 막걸리시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막걸리의 인기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으례껏 경기불황기이면 경기에 찌든 시름을 달래기 위해 소주와 같은 독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막걸리 앞에선 이런 속설도 빗나가게 했다. 막걸리 열풍에 소주시장까지 움츠러들게 한 것이다. 막걸리 인기에 밀려 ‘고객숙인 소주’ 인 모양새다.
가히 ‘막걸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와인바가 우후죽순 생겨났던 서울 홍대 앞에는 막걸리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전국 유명 먹자골목 막걸리집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를 반영해 작년 막걸리시장은 2000억원대를 뛰어넘어 3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올해엔 5000억원대까지 시장이 커질 것이란 얘기도 들려온다.
혹자는 막걸리가 맥주의 아성까지 넘볼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같은 막걸리 대박의 최대 수혜자는 어딜까. ‘서울장수생막걸리’를 판매 중인 서울탁주제조협회의 활약상은 가히 독보적이다.
작년 연간 매출이 9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000억원대 매출 돌파는 아쉽게 무산됐지만 전년도 매출(663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조합원 34명에게 분배할 1인당 연평균 배당금만도 4억-5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처럼 막걸리시장이 인기를 끌자 대기업도 막걸리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업 인지도를 바탕으로 서울탁주의 명성을 단숨에 잠재운다는 각오다.
진로(수출용)가 ‘진로 막걸리’로, 국순당은 국내 시판용인 ‘생막걸리’로 각각 막걸리시장에 손을 내민데 이어 CJ.롯데 등도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극 이다.
대기업의 시장참여가 잦아지면 시장 볼룸이 커지는 것은 물론 연구 개발 등 제품 고급화를 게을리한 막걸리 업계에 자극을 주지 않겠냐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제품 개발은 뒷전인 채 지역의 한 양조장 막걸리를 그대로 내다파는 수준에 불과하다면 ‘백전백패’ 성적표는 불을 보듯 뻔 하다는 것이 주류업계 종사자 다수의 견해이다.
진로의 일본 시장공략용 제품인 ‘진로 막걸리’ 실폐 사례를 그 예로 들고 있다. 차별화되지 않고 그저 그러한 제품력으로는 고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지금의 막걸리 열풍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명품 막걸리 ’ 탄생이 시급하다.
과거 ‘막걸리를 육성하느냐 육성하지 않느냐’ 식의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장의 희비가 엇갈린 경험을 겪었던 만큼 이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제품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이 최근 ‘2010년 막걸리 돌풍을 이어갈 16가지 추진동력’을 인터넷카페에 올렸다. 그가 꼽은 △막걸리 상표의 규격화와 표준화 △재료 국산화 △유통구조 개선 등 16가지 동력을 되씹어볼 때다.
아주경제= 진현탁 기자 htj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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