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는 저축하고 기업은 대출로 투자하는 기존의 구도가 반대로 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부문의 저축 증가액이 사상 최대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기업들이 지난해 고환율, 저금리 등으로 수익을 많이 거뒀으나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가계는 여전히 소득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은행 총예금대비 기업의 총예금비율은 60%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부문과 가계부문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작년말 기업들의 예금은행 총 저축은 215조797억원으로 전년도 177조3천364억원보다 21.3%, 37조7천433억원이 늘었다. 이 증가율은 2000년(26.9%) 이후 최대이며 증가금액은 사상 최대규모다.
기업들의 은행예금 증가율(증가금액)은 연도별로 ▲2004년 -2.9%(-4조765억원) ▲2005년 10.5%(14조2천474억원) ▲2006년 7.8%(11조7천646억원) ▲2007년 0.7%(1조1천836억원) ▲2008년 8.8%(14조3천291억원) 등이었다.
기업들의 은행예금 중 1년이상의 저축성 예금은 149조1천998억원에서 183조4천343억원으로 2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증가율도 2000년(31.5%) 이후 최대다.
기업들의 저축성예금 증가율은 2006년 8.8%, 2007년 0.6%, 2008년 10.9% 등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 기업들이 비교적 좋은 실적 등으로 유동성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저축도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가계의 예금은행 총저축은 지난해말 360조5천338억원으로 전년말에 비해 10.4% 늘어나 기업들의 증가율에 비해 절반수준에 그쳤다.
또 지난해 전국가구의 평균소득은 4천131만원으로 전년의 4천71만만원보다 1.5%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말 가구당 부채(가계신용기준)는 4천337만원으로 전년말의 4천128만원보다 5.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말의 가구당 부채에서 해당연도 가구평균 소득을 뺀 금액은 20만6천원으로 전년의 5만7천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가계 총저축대비 기업 총저축의 비율은 59.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도별 비율은 2005년 47.2%, 2006년 50.8%, 2007년 55.1%, 2008년 54.3% 등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는 과거에 저축을 많이 했으나 이제는 대출이 많아 저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아주경제=박재홍 기자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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