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소액 신용대출 시장으로 몰려 가고 있다.
대부업체들이 이 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둠에 따라 제도권 금융기관들도 소비자금융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형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2금융권은 소액신용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솔로몬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잇따라 새로운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고금리 논란에 시달렸던 HK저축은행 20~30% 금리대의 새 신용대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신용대출 상품을 선전하는 케이블 광고도 실시하고 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부동산 PF 대출을 줄이고 신용대출을 확대하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는데다 신용대출 부문의 수익성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저축은행들은 수익이 되는 부문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신용대출쪽으로 여신 운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탈사 가운데서도 업계 1위의 현대캐피탈과 2위 아주캐피탈이 소비자 금융 영업을 강화해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이 1조17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금융위기의 여파로 신용대출을 급격히 줄였다가 최근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이다.
아주캐피탈도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개인금융 담당자들을 대거 영입하고 수도권 지역에 개인금융 심사센터와 영업 포스트를 설치하는 등 소비자 금융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은행권도 소비자 금융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은 은행이 직접 소비자 금융을 확대하기보다 소비자 금융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4대 은행 가운데 뉴욕 증시와 관련해 평판 리스크를 우려하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모두 소비자 금융 전문 자회사 설립을 검토했으며 하나은행은 이를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행법상 은행이 소비자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한 점과 평판 문제가 있지만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은행 계열 대부업체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소액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 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대부업체들의 실적 호조 때문이다.
금융권은 개인간 금융거래를 포함해 전체 소액 신용대출 시장 규모가 10조원을 약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등록 대부업체가 시장의 절반에 다소 못 미치는 5조원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대부업계 1위 러시앤캐시는 지난 2009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20% 증가한 119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업계 2위 산와머니도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코프도 지난해보다 7% 증가한 23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은 소액신용대출만 전문적으로 해주기 때문에 이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뛰어나다"며 "저축은행은 건전성 이슈가 있고 캐피탈사들은 본업 비율 50% 규제가 있기 때문에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일단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의 신용대출이 안 되면 아예 대출을 포기하거나 대부업체를 찾는 현재 금융 소비 패턴을 바꾸기 위해 20~30%대의 금리로 확실한 금리 차별성을 가져간다면 은행과 대부업체의 중간 단계로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서민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2금융권의 신용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김태경 금감원 저축은행총괄팀장은 "저축은행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목적인데 그동안 부동산 PF 대출에 너무 치우쳐있었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 신용대출을 확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금리의 경우 대부업체와 조달금리가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 대부업체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소비자금융 확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시스템이 개선돼 자산 부실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카드대란 시기에는 신용불량 문제를 예측 못 했고 대출 모집인을 통해 무작위로 대출을 해주면서 금융기관들이 손해를 많이 입었다"며 "지금은 신용평가에서 자신 있는 금융기관들만 시장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신용대출 영업이 안정적인 양상을 띌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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