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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칼럼] 우리가 보고 싶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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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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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래 한국지방발전연구원장
여기저기서 온통 ‘좌’라는 접두어가 유행이다.

좌파교육에서부터 좌파척결, 최근에는 좌파스님까지 등장하며 진실게임도 벌어진다.

우스개 소리처럼 경찰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교통체계를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꾸는 게 혹시 기존의 ‘좌회전 후 직진’이 좌파 우호적으로 비쳐질까봐 경찰이 나선 거 아니냐는 것이다.

씁쓸하다 못해 울적해지는 풍경이다. 해방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좌우 이분법적 프레임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유와 목적이야 어찌됐든 공격을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모두 과거와의 단절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시대에나 피아를 구분하고 유권자를 분열시키는 것을 권력획득의 최후수단으로 활용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객관적 시각에서 봤을 때 지난 몇차례의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의 주요 전술 중 하나가 분열의 정치학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한가지 부정하기 어려운 서글픈 현실은 선거승리 후 그 누구도 통합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한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 영남과 호남 등으로 이리저리 국민을 갈라놓고 자기들만의 승리에 도취한 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방기해왔다. 위정자들도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할지 모르겠다.

“정책선거, 매니페스토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들이 깃발만 꽂으면 찍어주는데 누가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겠느냐” 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결코 아니다. 정치의 궁극적 목적을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치란 얽힐대로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대다수의 국민이 수긍하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통합하게 하는 것이다.

요란한 정치구호만으로는 결코 이를 달성할 수 없다. 정치인 스스로의 부단한 연구와 진심이 깃든 노력이 필요하다.

6월 지방선거가 코 앞이다. 정당별로 후보자를 뽑기 위해 공천배심원제니 국민참여 경선제니 하면서 역량 있는 후보를 발굴기 위해 부산하다.

곰곰이 들여다 보면 그 역량이라는 게 결국은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력이 어떻고 경력이 어떻고 하면서 떠들어댄다. 벌써부터 부정부패자, 성희롱 전력자 등의 공천여부를 두고 한바탕 소동까지 치렀다.

젊은 사람들 말로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다들 거기서 거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선거로 인해 다시 한번 온 나라가 분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선, ‘좌’와 ‘우’를 나누는 80년대식 원색적 공격부터 종말을 고했으면 싶다. 후보자의 胎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전혀 의미가 없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간절히 보고 싶은 선거는 오직 “일자리를 더 늘리기 위해, 직장여성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아이들이 학원에 안가도 즐겁게 자랄 수 있기 위해, 우리 지역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기 위해 제가 더 잘 할 수 있습니다”라며 경쟁하는 모습이 온 언론을 도배하는 선거다.

그리고 승부가 끝난 다음날 아침 모두가 한판의 신명난 잔치를 치른 기분으로 출근버스에 올라타길 바랄 뿐이다. 너무 거창하거나 철 없는 희망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김광규 시인의 시 한편을 모든 후보자들께 드린다.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도다리를 먹으며)

* 외부칼럼은 본지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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