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리즈 37] 이부진과 이서현의 삼성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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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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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들 광고 좀 하겠습니다."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를 찾은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손을 잡은 채 행사장에 들어섰다. 사면 이후 첫 공식 행보에서 자신의 딸들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것.

그동안 이들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CES에서 이 회장의 언행은 자신들의 두 딸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3세들의 경영권 승계 역시 일정 부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는 이 부사장에 비해서는 그 규모가 적은 기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 이들의 행보는 이 부사장에 버금갈 정도로 활발하다. 아울러 그에 걸맞는 결실도 거두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성장 주역...에버랜드로 영역 확장

먼저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의 매출 상승을 이끌며 자신의 경영 수완을 인정받고 있다. 이 전무는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했으며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 발령 이후 이후 10년 가까이 호텔신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이 전무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전무는 호텔신라의 부대사업에 불과했던 면세점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면세점의 매출 비중은 호텔신라 전체의 80%에 달할 정도다.

면세점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매출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호텔 신라는 1조21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5년 4413억원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면세점 사업이 있었다.

이같은 경영실절을 토대로 이 전무는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를 겸직하게 됐다. 호텔신라와 에버랜드는 외식·서비스 사업이 일정 부분 중복된다. 이 전무는 양사의 전무직을 겸임함으로써 삼성의 서비스 산업을 총괄·책임지게 됐다.

이 전무는 냉정한 사업·인력 관리와 꼼꼼한 경영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에버랜드 전무를 맡은지 한달도 안된 지난해 10월 6일 이 전무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구내식당을 불시 방문했다. 직접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문제점을 파악했다. 호텔신라의 가구 배치와 색깔 하나하나, 음식 차림까지 꼼꼼하게 판단하고 업그레이드를 요구했던 모습을 에버랜드 경영에서도 그대로 보여준 것.

아울러 삼성 계열사 주요임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 에버랜드와 호텔신라의 사업 전반을 검토하는 등 폭 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이 전무의 경영 스타일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할아버지인 이병철 선대 회장을 절반 씩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은 이 회장의 집중력을 떠올리게 한다"며 "반면 세부적인 경영사안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은 이병철 선대 회장을 쏙 빼닮았다"고 설명했다.

경영 스타일 역시 단호하다. 실제로 이 전무가 입사한 이듬해 호텔신라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임원 전원이 사임했다. 이러한 인사에는 그간 호텔신라 경영전반에 대한 이 전무의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월 에버랜드 인사에서도 임원 3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아울러 해당 인사에서 호텔신라 소속이었던 김상필 상무가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무의 자기 사람 심기가 시작된 것.

이는 에버랜드에서도 이어진다. 에버랜드는 최근 신비전을 발표해고 2020년까지 매출액 8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호텔신라의 비약적 발전을 이끈 이 전무가 에버랜드 경영 정상화 신호탄을 쏜 것.

경영에 있어서 다소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이 전무지만 실질적인 성격은 상당히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여성 직원들과 회식자리에서 2차로 노래방에 갈 정도로 스킨십 경영을 즐긴다. 아울러 호텔신라 직원들에게는 방한복을 돌리기도 했다. 호텔신라는 사업 특성상 실외 근무 직원이 많다. 캐주얼한 회의나 만남을 갖을 때는 사무실 근방에 있는 대중 커피숍을 이용해 일반에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이 전무는 1999년 삼성 계열사 직원인 임우재 현 삼성전기 전무와 결혼했다. 삼성 3세와 평범한 샐러리맨의 사랑 역시 이 전무의 이러한 성격 덕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는 경영에 있어서 선친보다 더욱 단호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며 "다만 이와 반대로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많고, 여느 기업 총구 일가보다 소탈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전무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인 역시 경영의 폭을 넓히고자 하며 해당 업무에서 자신감과 적극성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 산업은 제조·금융업 중심의 삼성이 사업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향후 이 전무의 행보와 그 성과에도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이서현, 패션·커뮤니케이션 분야 독보적 위상

이서현 전무는 이 부사장, 이부진 전무와는 상당 부분 다른 길을 걸었다. 언니·오빠가 경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학부를 졸업한 반면 이 전무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패션 디자인 명문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계열사 이동이 있던 형제들과는 달리 제일모직에서 패션디자인 외길을 걷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이 전무는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8년동안 한 우물을 팠다.

특히 이 전무 입사 이후 제일모직은 브랜드 국제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표브랜드인 '빈폴'은 캐주얼 부분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 캐쥬얼 시장 점유율도 1위를 달리고 있다. 2003년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 인수도 이 전무의 결정이다. 인수 이후 구호는 매년 50%를 넘나드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전무는 남성 정장 위주의 딱딱한 브랜드 위주였던 제일모직에 감성의 옷 입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에는 미국 뉴욕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패션 트랜드를 주도하는 뉴욕에서 국제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울러 루이뷔통·랄프로렌의 디자인디렉터 비아트 아렌스를 영입하는 등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패션산업 뿐 아니라 소재산업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봉지재(EMC)·CMP슬러리 등 반도체 공정소재 등이 그것. 지난달 업계 최초로 금속효과를 내는 메탈칩을 적용한 차세대 엔지니어드스톤을 개발했다. 지난해 제일모직은 소재부문에서 매출 1조82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4조2611억원)의 43%에 달한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이 전무는 지난해 12월 승진과 함께 제일기획 기획담당 전무를 겸직하게 됐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광고 취급고 액수가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광고·커뮤니케이션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10년 안팍 삼성에서 근무한 두 자매는 자신의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말 인사에서는 나란히 맡은 업무를 늘리며 삼성의 사업 확장을 이끌고 있다. 경영권 승계가 확실해 보이는 이 부사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동안 묵묵히 경영에 일조하고 있는 것. 때문에 이들의 경영활동에 대한 재평가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부진·이서현 두 자매의 경영 성과는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이 비교적 덜했기 때문에 더욱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삼성이 여성들에게도 경영활동을 보장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특별취재팀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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