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년의 역사 구림마을…과거로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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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3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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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구림마을에서는 3일부터 '2010 영암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행렬을 재현한 2009년 '왕인박사 일본가오'퍼레이드.

전남 영암의 4월은 꽃 대궐이다.

영암군은 목포길 100리 벚꽃터널이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리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구림마을 일대에서 '2010년 영암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영암은 일본 태자의 스승으로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백제 왕인박사의 고향이다.

축제 개막식과 함께 왕인박사가 일본 천황의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가는 행렬을 재현한 ‘왕인박사 일본가오’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대학자인 왕인박사를 본받아 수능생과 부모들이 왕인학등을 밝히고,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어린이들도 참여 가능한 ‘도전! 천자문 250계단’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한자에 대해 보다 친숙해 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관광객들이 백제시대의 국제무역항인 상대포에서 직접 뗏목을 타보는 왕인도일문화체험도 가능하다. ‘전통문화 체험 존’에서는 향토음식·전통혼례·민속놀이 물레·종이공예 등 다양한 경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개막프로젝트인 ‘천인천자문 새(鳥)’는 꼭 챙겨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한일 양국의 다양한 인물에게서 받은 천자문 글자들을 모아 새의 모양으로 만든다. 개막식 날 화룡점정을 한 다음, 천자문이 새겨진 100개의 종이 새와 1000개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낸다.

왕인문화축제가 열리는 구림마을은 수백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정겨운 황토담벼락을 따라 집집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숨겨진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5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의 대동계사가 그렇다. 마을의 대사를 결정하는 대동계가 열리던 집회장소인 회사정은 여인들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됐던 곳이다. 

   
 
어린아이들도 참여가 가능한 '도전! 천자문  250계단' 행사. 어렵게만 느끼던 한자에 대해 보다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족단위 관광객 참여가 많다.

조선 성종시대의 유명한 기생 홍랑과 최영창 장군의 애틋한 사랑이 전해지는 고죽관, 시냇가에 떠내려 온 오이를 먹은 처녀가 아이를 낳았다는 도선국사의 설화가 전해지는 국사암,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가 떡 썰기 내기를 했다는 집 또한 구림마을에 보존되어 있다. 구림마을의 왕인촌주민자치회(061-472-0939)는 구림스테이를 비롯해 다양한 투어프로그램을 준비해 관광객들이 역사체험을 돕고 있다.

옛 구림중학교였던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암도기박물관과 상대포의 저녁노을 또한 놓칠 수 없는 여행 포인트다. 도기박물관에서는 머그컵·다기·화분 등 생활도기를 직접 빚어볼 수 있어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수백년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구림마을의 돌담길. 관광객들은 수백년 전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착각에 빠진다.
‘백제의상스튜디오’에서는 백제의상을 입고 백제시대 인물로 변장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영암의 특산물인 토하젓·달마지쌀 골드·영암 도기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氣찬들 쇼핑몰’도 운영한다.

남도의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는 없다. 영암호가 생기면서 많이 퇴색했지만 영암하면 문수포 세발낙지를 먼저 떠올릴 정도였다. 독천 낙지마을은 지금도 4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청하식당(061-473-6993)은 갈비와 낙지의 절묘한 만남, 갈낙탕이 으뜸이다. 그 외에도 낙지호롱과 기절낙지 등 다양한 낙지요리가 풀코스로 나온다.

바다와 산을 모두 품고 있는 영암의 한정식은 남도의 풍부한 참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제대로 곰삭은 토하젓·새우젓 등 10여종의 젓갈류와 임금님 진상품인 숭어알로 만든 어란도 빼놓을 수 없다. 

영암에는 달의 정기를 가득품은 ‘남한의 금강’ 월출산이 있다. 해발 809m의 월출산 최고봉 천황봉에 서면 서쪽으로 천년고찰 도갑사가 자리 잡고 있다. 국보 50호인 해탈문과 마애여래좌상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천왕사지 쪽으로 지상 120m, 길이 52m, 폭60cm의 구름다리에 오르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영암의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사자봉·매봉·장군봉의 우람한 바위봉우리를 배경으로 조성된 월출산국립공원 조각공원은 자연인 듯 자리 잡은 예술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활성산 서광영암목장의 ‘초록빛 바다’ 보리밭과 멀리 월출산 바위봉우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덕진차밭도 최고의 풍경이다.

색다른 숙소를 찾는다면 뜨끈뜨끈한 전통 구들장에서 지친 피로를 확 풀 수 있는 모정마을 월인당(061-471-7675)이 좋다. 윤용환 기자happyyh63@

◆왕인박사는?

백제 12대 근구수왕(서기375~384년) 때에 영암군 성기동에서 출생했다. 8세에 월출산 주지봉 문사재에 입문, 18세에 오경박사에 오른다. 32세에 일본 천황의 초청으로 영암의 상대포에서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 태자의 스승과 정치고문으로 논어와 천자문 등을 전수한다. 일본의 기술과 공예, 가요를 창시하는 등 아스카문화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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