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초계함 침몰 해역, 심청전 '인당수'..바다는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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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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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부근 장촌포구 앞바다는 ‘심청전’의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졌던 인당수에서 불과 1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심청전’ 속의 남경상인들은 쌀 300석으로 바다의 안녕을 샀지만 현실 속의 백령도 앞바다는 배와 46명의 젊은이들로 모자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이까지 집어 삼켰다.

해군 초계함이 침몰해 4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지 7일 째로 접어들었다. 악천후와 빠른 유속으로 실종자 탐색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악조건은 또 한 명의 희생자도 만들었다. 실종자들을 찾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엔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무심한 바다와는 다르게 육지에선 천안함 침몰의 정확한 원인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난무한다.

백령도는 북한 황해도 장산곶에서 불과 17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1200t 급의 천안함이 수심도 20m밖에 되지않는 그 곳에 가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 함장은 사고가 날 당시 폭발음이 들린 뒤 1~2초만에 선미가 가라앉았다고 증언한 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사고 당시 인근 해역에 있었던 속초함의 행적도 의문스럽다. 천안함이 사고가 났음에도 속초함은 이를 구하러 가지 않고 사고 발생 30분 뒤 새떼로 오인한 물체에 백여 발 가량의 함포사격을 가했다.

상식대로라면 인근의 배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작업이 아닌 확인미상의 물체를 향해 총을 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의문들로 각 언론과 여론은 갖가지 추측을 제시하며 국론분열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또 다른 편에선 정부의 '북풍조작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애초에 군 당국이 명확하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고 구조 과정도 의혹 없이 공개했다면 이렇게까지 의혹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인당수에 몸을 던졌던 심청이는 다시 살아돌아왔지만 천안함과 함께 가라앉은 46명의 실종자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군 당국의 구조 지원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라진 46명의 한 명이라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 위해 지금도 바다와 싸우는 구조대원들의 수고를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이 의혹을 키우지 않고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원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한 이유다.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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