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어항 키워야"…이젠 4대강 전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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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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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최근 4대강 홍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그간 세종시 문제를 도맡아온 ‘세종시 총리’에서 ‘4대강 전도사’ 이미지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다만 최근 정국을 뒤흔든 ‘천안함’ 비극 속에 정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6일 정 총리는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 4대강 사업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조언을 들었다. 최근 해군 천안함 사고를 비롯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민적 불안이 높아지자 국민통합을 위한 종교계의 고견을 듣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최근 천주교를 비롯해 불교와 개신교에까지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추기경 예방이 4대강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총리는 앞서 3일 당초 계획돼 있던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 대신 경남 창녕 함안보 공사 현장과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을 방문, 4대강 사업 진척현황을 점검했다.

4·3 희생자 위령제에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한주호 준위에 대한 정부 예우가 소홀하다는 비판 여론에 따라 전날 밤 늦게 급히 일정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제주 4·3 항쟁을 지나치게 홀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한 지난달 20일에는 고향인 충남 공주 방문을 마친 뒤 귀경할 때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를 비공개로 만난 바 있다.

아울러 정 총리는 지난 주말 경남 지역 방문에서 "4대강 사업을 빨리 완성해 부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 시민들도 아무런 염려 없이 지나친 걱정 없이 물을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이 작은 어항이라면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강은 큰 어항이 된다.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이 자랄 수 있다"며 어항론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 총리의 언급에 민주당은 쓴 소리를 내뱉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흐르는 물에 시멘트를 붓고 막으면 물은 썩고 부패하고 만다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도 아는 사실”이라며 “흐르는 강물을 막아 큰 어항을 만들겠다니 역사에 길이 남길 명언”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정운찬 총리의 ‘4대강 어항론‘은 결국 4대강 사업이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는 것을 국민 앞에 자백한 것”이라고 거듭 힐난했다.

이어 “한주호 준위의 빈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까지 그 숭고한 뜻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은 공성진 의원이나,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흐르는 와중에 ‘4대강 어항론’을 주창하며 4대강 삽질공사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정운찬 총리를 역사가 어떻게 기록할지 그들만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흐르지 못하는 어항의 물이 썩는 것은 왜 생각을 못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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