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펀드시장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이 빠져 나간 탓에 자산운용업계는 특별대책반을 구성하고 정책 당국에 자구안을 건의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해 환매를 부추길 것이란 설명이다.
또 1700선에 묻힌 자금이 25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우려를 키우고 있지만, 이 구간 유입된 자금은 단순 집계상 5조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7일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4, 5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만 각각 5003억원, 5307억원이 빠져 나갔다. 불과 이틀 사이 1조원이 이탈한 셈이다. 해외 펀드에서도 5일 하루동안 700억원이 빠져나가 이달에만 벌써 1조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 2007년 이른바 '꼭지'에 가입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속속 본전찾기에 팔을 걷어부친 탓이다.
펀드런 조짐에 잔뜩 긴장한 운용업계는 전날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우선 주식형 펀드 수탁고 상위 5개 운용사 사장단과 판매고 상위 2개 판매사 담당임원으로 구성된 특별대책반을 만들고 5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책반은 환매 모니터링은 물론 환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정책당국에 건의키로 했다. 미국과 영국의 학자금 적립 프로그램인 '529 플랜'이나 '차일드 트러스트'와 같은 해외 펀드투자 활성화 사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반 가동이 오히려 펀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과도한 우려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작년부터 펀드 환매에도 코스피지수는 상승을 지속해왔다"며 "펀드 환매가 기관의 매수 여력 약화로 이어져 증시 상승에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만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코스피 1700선의 펀드 환매 대기물량이 최대 25조원에 이른다는 기존 분석은 확대 해석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700~1800에서 유입된 자금은 단순 집계로 5조원 수준"이라며 "코스피지수 1700 이상에서 유입된 모든 자금이 출회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펀드 환매 부담은 단순 지수대별 자금 순유출입보다 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700~1800선 유입분 중 일정 부분은 2008년 4~5월 중순 1900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환매됐을 수 있고, 거치식 대비 덜 민감한 적립식 비중이 53%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 펀드 환매 부담은 적다는 것.
또, 코스피 상승 기조가 견조하면 펀드 자금유입 재개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솔로몬투자증권은 최근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국내 증시 매력도가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일정기간 이후 다시 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7년 4월 코스피가 고점을 기록했을때 대규모 펀드환매가 이뤄졌지만 2개월 후 다시 유입세로 돌아섰다"며 "현재 흐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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