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대신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립에 그룹의 사활을 걸기로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12일 "산업은행 측에서 인수제안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기약 없이 인수제안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며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인수철회 의사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고 장상태 회장 추모식에서 "선친의 위업을 받들어 동국제강 그룹을 시대에 앞서가는 강한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브라질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번 결정으로 동국제강은 브라질 발레, 일본 JEF스틸 등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고로제철소 건립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동국제강이 밝힌 대우건설 인수철회 이유는 소액주주 보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대우건설 인수(1조원)와 브라질 고로제철소(2조원) 모두를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게 이번 인수의사 철회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현재 동국제강은 1조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건설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지만, 철강업에서 잔뼈가 굵은 동국제강이 제한된 자금 상황에서 고로제철소 건립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로 사업이 선친과 장 회장 모두의 숙원이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준공한 현대제철 고로제철소가 큰 자극제가 됐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뜸했다.
아울러 시장의 싸늘한 반응 역시 동국제강의 인수의사 철회를 이끌어내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국제강이 대우건설 인수를 밝힐 때마다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우건설 노조 역시 크게 반발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전략적 투자자(SI)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사모펀드(PEF)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동국제강은 조만간 브라질 고로제철소 설립에 관한 세부 검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동국제강 고위 관계자는 "브라질 고로제철소는 대우건설 인수와 별도로 진행돼 왔다"며 "관련 부서에서 검토를 끝마친 세부 실천계획을 포함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국제강은 지난 2007년 11월 브라질에 최대 연산 300만t 규모의 고로 2기를 건설,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듬해 세계적인 광산개발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와 현지 합작법인 CSP를 설립했다.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