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해외건설업계가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에다 국제 원자재 고공행진으로 노심초사 중이다. 해외 건설 공사는 국내 제조업의 제품 수출과 같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익이 낮아지는 구조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많은 건설업체들이 국내 주택 사업 부진으로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올해 업계와 정부가 목표한 해외 수주 700억 달러 달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평균인 1276.4원보다 11% 하락한 1139.65원을 나타내고 있다. 올 초와 비교해서는 4.6% 정도 떨어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10% 정도 오르면 대형 건설사는 총공사비의 2%, 중견 건설사는 총공사비의 6% 정도를 손해를 보게 된다. 즉 1000만 달러를 벌어도 환율이 10% 오르면 최대 60만 달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국제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 기존 계약공사의 원가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해외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대부분의 플랜트공사는 EPC(엔지니어링 구매 시공)다. 이들 플랜트 턴키공사에서 계약비중이 높은 기자재값이 상승할 경우 계약금액 증액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화절상과 관련, 대형 건설사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대부분 각 프로젝트별로 환 헷지를 해놓기 때문이다. 환 헷지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를 금융권 등이 보전해주는 일종의 위험 방지 장치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IMF 등을 거치며 우리 건설사의 환율 방어는 제법 잘돼 있는 편"이라며 "환율이 내려가면 해외 부문 매출이 줄긴 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큰 폭의 환율 변동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견업체들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대부분의 중견업체들은 과거 키코(KIKO)로 인한 피해 등으로 최근 원화 강세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무대응하고 있다. 환 헷지를 하자니 은행 등에 지출해야 하는 금융 비용이 들고 수출보험공사가 시행하는 환변동보험은 가입절차가 까다롭다.
정찬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 금융팀 팀장은 "올해 연말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의 자금 스케줄에 따라 선물환 거래를 걸어 놓는다든지 외환매매거래(FX 거래) 규모를 최소화하는 등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우리 건설업계가 목표로 한 해외 수주 700억 달러 달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아무래도 기업들이 (해외 건설 공사에 대한) 공격적인 수주활동에 부담이 된다"며 "최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어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율 강세로 웃음을 짓고 있는 건설사도 있다. 현재 시점에 국내에서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원화 강세로 해외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줄어 오히려 원화 강세가 반갑다. 또한 해외에서 기자재 수입을 많이 하는 업체도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외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는 회사가 해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 강세로 해외에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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