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골드만삭스 사태가 줄소송 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채담보부증권(CDO) 거래가 미국 주택시장 붕괴 직전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거래에 참여했던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두루 골드만삭스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마불사' 은행들의 피소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세를 불리고 있다.
◇"CDO 관련 소송 봇물 이룰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 거래 손실을 이유로 골드만삭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G는 골드만삭스와의 거래에서 2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G가 거래한 상품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고소하며 빌미로 삼은 '아바쿠스(ABACUS)와 비슷한 종류다.
골드만삭스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줄소송 사태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SEC와 미 의회가 월가 전반으로 CDO 거래 관련 조사를 확대할 태세인 데다 적잖은 투자은행들이 골드만삭스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UBS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택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 2007년에만 20여개의 투자은행이 4180억달러 규모의 CDO를 거래했다. 같은해 씨티그룹의 거래 규모가 가장 컸고 메릴린치와 도이체방크가 뒤이어 2~3위를 차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골드만삭스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다른 월가 대형 은행들에 대한 소송도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관련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인 제이크 자만스키는 "월가 투자은행에 대한 조사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며 "손실을 회복하려는 골드만삭스 고객들의 소송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 데이비스 크레딧스위스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삭스 사태가 23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춘계회의 직전 불거졌다는 데 주목했다. 은행세 도입 등 금융규제개혁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금융권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조치라는 풀이다. 그는 "이런 사안을 다룰 때는 대개 한 업체만 문제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날 SEC가 도이체방크와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합병하기 이전의 메릴린치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영향은 제한적"
전문가들은 소송이 봇물을 이뤄도 시장이 받는 충격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전의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데다 CDO 거래가 일부 대형 투자자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주가만 해도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지난 주말 13% 추락했지만 이날 낙폭을 1%로 좁혔다.
CNN머니는 골드만삭스가 2000년대 초 회계부정 사건으로 몰락한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가 된 거래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것은 대형 투자은행 등 기관투자자일 뿐 개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했다는 설명이다.
리처드 보브 로치데일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주말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골드만삭스는 시스템이나 자본, 자본 운용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투자은행으로서 손색없다"며 "고객들은 결코 이 회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이날 이번 사태로 골드만삭스의 신용등급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골드만삭스에 투자등급인 'A+'를 부여하고 있다. 스티브 스탠매치 FBR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도 골드만삭스 주식 투자 전망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유지하고 목표 주가로 기존과 같은 190 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줄소송 사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에 탄력을 줘 금융기업들의 사업 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UBS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삭스 사태가 줄소송으로 이어지면 비판여론이 반영돼 금융기업들이 정부나 연기금펀드 등과의 거래 기회를 놓쳐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CDO 거래에 관여한 대형 투자자가 많지 않은 만큼 소송이 난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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