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용환 농촌진흥청 농업생명자원부장 |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태어나는 순간 외부에 노출된 모든 부위에 미생물의 침입을 받는다. 이와 동시에 미생물은 여러 곳에서 군집을 형성하여 인체와 공생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헐리우드 3D영화 “아바타(Avartar)”를 떠올려 보자. 판도라 행성은 거대한 네트워크로 구축되어 있다. 원주민 나비족은 이미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새로 침입한 ‘아바타’ 역시 결국 나비족에 동화되어 가면서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들 생물은 네트워크를 통한 교환의 방식을 통해 에너지를 획득하고 보존한다.
인간의 경우, 음식을 소화하기 위한 기관은 몸 전체 세포 수보다 열배나 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몸 전체 유전자의 수보다 백배나 많은 유전자를 가진 생물체들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생물체는 몸 구석구석에서 건강을 책임지는 공생 미생물이다. 이러한 공생 관계의 핵심을 이루는 기관은 최소 약 100조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장(腸)이다.
최근 중국과 유럽 공동연구로 유럽인 124명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장속에는 1000종(種)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하고 그 중 160여종은 새로운 미생물로 밝혀졌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ecosystem)는 필수 영양분과 소화 불가능한 물질을 대사시켜 주며 병원성 감염균의 성장을 억제시킨다.
또한, 체내의 면역시스템은 미생물 군집체(microbiome) 자극에 의해 발달이 촉진되는데 어린이가 콧물을 달고 다니는 것은 오히려 몸이 건강하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공생 미생물은 면역체계의 부조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면역체계의 부조화는 자가면역성 질환, 알레르기 또는 심지어 암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급성 장염을 포함한 여러 질병연구에서 이런 상호관계 정보가 축적됐는데 그 과정이 또한 흥미롭다.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장내 미생물에 의해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조절 받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곤충에게도 필수 생존 수단이다. 대다수 유충들은 장내 미생물들의 도움으로 나무와 음식쓰레기를 분해해서 먹이로 삼는다.
지저분한 음식을 먹고 사는 파리목(目)의 일종인 '동애등에'의 유충 한 마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일주일에 2kg씩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나무를 먹고 사는 흰개미(termite)의 장내 미생물도 집 한 채를 통째로 분해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곤충의 장내 미생물의 물질분해에 관련된 능력을 이용하기 위한 생명공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최근 과학자들이 곤충의 장내 미생물들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과정을 연구하던 중 미생물들이 영양분을 교환하는 네트워크를 발견했다.
‘파이버 균 모델(Fibrobacteres-model)’로 학계에 보고된 결과를 보면, 어떤 미생물의 영양부산물이 다른 미생물의 핵심 영양분이 되고, 이런 과정은 셀룰로오스가 최종 분해 될 때까지 반복된다.
인간은 공생 미생물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슈퍼 생물체(super organism)’이며 이는 모든 생물에 해당된다 하겠다.
이에 미생물 속에 돌연변이가 끼어들면 전체 네트워크가 파괴될 수도 있다. 이처럼 모든 생물의 몸은 다양한 공생 미생물들이 조화로운 네트워크로 보호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edit@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