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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다. 신뢰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풀어 급한 불이 꺼지면 불신에서 벗어나며 안도랠리가 출현한다. 하지만 주가가 올라갔다고 이를 펀더멘탈에 기반한 추세적 상승기로 정의할 수는 없다.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고 곧바로 뛰기 힘든 것과 같다. 퇴원 후 회복(recovery)이 아닌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예전의 건강한(normal)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와 경제 모두 회복에서 정상화를 향해 한 단계 전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정상을 한걸음에 달려갈 수 없지 않을까? 2분기만 놓고 보면 전강후약(前强後弱)을 예상한다. 4월은 1분기 실적시즌과 긍정적인 미국 경제 지표 발표에 힙입은 상승세를 유지하겠지만, 5월 이후 기대를 선반영해 달려온 속도만큼 감속이 뒤따를 수 있다.
강세장을 이끈 요인은 모멘텀(성장 동력)이다. 정부 정책은 적절했고 경기 회복속도는 빨랐다. 또, 코스피는 이를 한걸음 앞서 반영해 왔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익모멘텀 개선의 지속 여부가 불확실하다. 어닝모멘텀은 과거의 이익이 아닌 장래의 이익에 대한 기대이다. 2009년 3월 이후의 모멘텀 장세는 2010년 상반기에 주당순이익(EPS)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선반영해 온 것이다. ‘주가 = 적절한 주가수익비율(PER) x 기대 주당순이익(EPS)’라는 공식에서 기대 주당순이익의 증가세가 주가 상승을 정당화시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대의 선 반영이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다소 완화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 사례를 보면 실적시즌을 앞둔 이익수정비율(Revision Ratio) 수준과 방향을 통해 어닝서프라이즈와 쇼크 출현 여부, 그리고 이후 코스피 실적시즌 반응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2008년 4분기와 2009년 4분기의 분기말 이익수정비율이 각각 -16.73%, -4.57% 기록했다. 2009년 1분기에도 이익수정비율이 분기 중반 이후 상승 반전했으나 분기말 -16.0%를 나타냈다. 세 분기 모두 어닝쇼크로 귀결됐다. 이에 비해 2009년 2, 3분기말 이익수정비율은 플러스를 유지했고, 실제 실적도 어닝서프라이즈로 나타났다. 하지만 2분기 이익수정비율이 실적시즌직전까지 상승세를 보인 반면 3분기엔 그해 8월초 정점을 친 후 실적발표 직전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후 코스피 추이는 서로 반대 경로를 보였다.
올해 1~2분기 이익수정비율은 마이너스권에 들어가 있다. 마이너스권에 진입했다는 것도 부정적이지만 더 큰 문제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표기업들의 실적 기대수준이 높아지는 것과 대비된다. 어닝쇼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적기대감은 이미 컨센서스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덜지 못하는 이유이다. 실적호전의 선반영, 미국 경기소비재와 IT 가격 부담, 중국 긴축기조 강화 가능성 등 4월에 도래하는 변수만 놓고 보면 앞으로의 그림은 다소 불안하다. 고점 돌파와 함께 출현한 코스피의 상승구간을 주식 비중 조절의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가파른 조정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선행지수(yoy)의 정점 확인후 시차는 있지만 예외없이 가격 조정이 뒤따랐다는 코스피의 경험적 사례를 간과하지는 않고 있다. 아마도 5월 이후 코스피는 이를 일정부분 반영할 것이다. 2분기라는 새로운 스타트 라인에서 100M 달리기를 뛰어야 할지 마라톤을 완주해야 할 지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당장 스퍼트를 내는 100M 달리기보다는 힘을 비축한 뒤 스퍼트를 내는 마라톤을 권고한다. 현 상황은 100미터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100미터 달리기는 중간에 언덕이 없는 직선 경기이다. 하지만 마라톤은 다르다. 코스 사이사이에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각각의 상황에서 페이스 조절을 해야만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2분기 증시는 오버페이스보다는 페이스 조절을 통해 힘의 비축이 필요해 보인다. 길게 보면 2010년은 추세의 절정이라기보다는 상승 추세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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