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짙어지면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 중국은 서둘러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하고 있고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분위기다. 호주와 인도, 싱가포르는 이미 기준금리를 높이며 '출구'를 열어젖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리스로 대표되는 각국의 재정악화 문제가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세계 경제 회복을 확신하고 있는 것은 실물경제지표가 잇따라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로 지난해 실물경기가 깊숙이 가라앉았던 만큼 올해는 반등을 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는 최근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 따른 항공대란, 골드만삭스 피소, 그리스 국가재정 위기 등 잇딴 악재로 부침을 겪으면서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얼어붙었던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 매출은 363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6% 늘었다. 2005년 7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금융위기의 발단이 됐던 주택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의 3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달에 비해 27% 늘어난 것이다. 월간 증가폭으로는 1963년 4월 이후 최대치다.
중국도 막강한 성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9%를 기록, 2006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중국 정부가 긴축기조로 선회, 자산거품 통제에 나선 만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에서도 제조업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확산되고 있다. BNP파리바는 1분기 유럽 산업생산이 전 분기 대비 3%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분기 대비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BNP파리바는 유럽 경제가 'V'자형으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가 더블딥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진단도 잇따르고 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금융콘퍼런스에서 "여전히 적잖은 사람들이 더블딥을 우려하고 있지만 세계 경기는 뒤걸음치지 않고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수요회복을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팬디트는 "소비계층이 다양해지고 소비력이 강해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어떻게 돈을 긁어 모을지 궁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도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올해 말 정부의 부양책이 철회된 이후에도 견조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과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했다.
골드만삭스 사태의 핵심인물인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 역시 "미국 경제의 'V'자형 회복을 확신한다"며 "미 경제가 올해 전망치인 3%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불거진 국가재정 위기는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단 그리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재정이 급속히 악화된 상태다. 유럽에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가 제2, 제3의 그리스로 지목되고 있는가 하면 미국 역시 지난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만 1조4000억달러가 넘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재정적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출구전략 딜레마에 놓여 있다"며 "미국 경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침체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두배로 불어난 공공부채로 야기된 재정적자가 골칫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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