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차갑던 기온이 풀리기 시작한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 건설사에도 조금씩 봄 볕이 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 수완에너지 지분 절반을 매각해 2068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경남기업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33%나 오르는 성적표를 냈다. 앞서 월드건설은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들어갈 것이라는 악소문에도 494억원이라는 자금대출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건설업체 중 일부는 다시 주택분양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는가 하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기업도 있다.
관건은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느냐 하는 데 있다. 여러 건설사들이 신규분양을 계획하고 있지만 올 봄 부동산시장까지 덮친 이상 기온 현상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사, 온기 돈다
상반기 연이어 해외사업을 수주한 경남기업은 1분기 매출은 376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22.32% 하락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31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33.1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8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월드건설은 이달 초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공사비, 회사운전자금 등의 명목으로 494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진행중인 공사의 원활한 재개가 가능해졌다. 이 회사는 작년 지원받은 자금 557억원의 이율도 5%에서 3%로 낮아졌다. 앞으로 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에 투입되는 자금도 5%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워크아웃 중견사들은 최근 주택사업도 조금씩 재개하고 있다. 지난해 청라지구 분양으로 자금 흐름에 숨통이 트인 동문건설은 6월 말을 목표로 고양 삼송지구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우림건설도 이르면 이달 고양 삼송에 분양을 준비중이다.
동문건설의 경우 최근 해외건설부문을 신규사업으로 등록, 조심스럽게 해외시장 접근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뚜렷한 사업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사업 신규등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뼈를 깎는 아픔' 있었다
워크아웃 건설사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워크아웃 이후 약 1년간 인력 구조조정만 단행하고 자산매각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어 금융권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남기업은 지난달 30일 사모펀드에 광주 수완에너지 보유지분 50%를 매각해 2068억원의 자금을 조달, 운영자금 및 단기차입급 상환이 가능해졌다.
이 회사는 이 보다 앞서 암바토비 니켈광산 지분 매각, 영종 하늘신도시 및 김포 한강신도시 사업지 매각 등 자산매각을 단행했다. 또 사업구조조정, 일반관리비 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벌였다.
월드건설도 지난해 450명이었던 직원을 220명으로 줄인데 이어 사이판 월드리조트 사업지, 김포 한강신도시 12블록을 매각했다. 우림건설도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신동백 아파트 시공권을 매각했다.
향후 관건은 분양사업의 성공 여부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사는 대부분 주택사업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또다시 분양률이 낮을 경우 더 큰 시련에 처할 수 있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중견사들도 분양성이 낮은 곳은 손을 대지 않는데다 분양가도 저렴하게 내놓고 있는 만큼 시장이 어느 정도 뒷받침해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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