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지성<산업부 차장> |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지난 1일 개막된 상하이엑스포를 바라보는 우리 기업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의 상전벽해가 한국기업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10월31일까지 184일 동안 열리는 중국 상하이엑스포 현장에는 첫 날부터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운집했다. 7000만명의 관람객을 예상하고 있다니 엑스포 현장의 인산인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상하이엑스포는 중국주도 시대를 알리는 정치․외교무대이기도 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주최측도 내부적으로 ‘외국에 나가지 않고 세계를 본다’는 구호를 내세워 세계 중심국가로서의 위상을 중국 자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국이다 보니 우리나라 대표 기업 12곳도 상하이엑스포에 참가해 중국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기위해 힘을 쓰고 있다.
엑스포에 참가한 기업들은 ‘중국에서 미래를 찾는다’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중국 고객들에게 친환경 녹색 경영과 중국내 사회공헌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고, LG 역시 ‘녹색성장=LG’의 기업이미지를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우리 기업의 미래가 될 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우리 기업에게 시장 확대라는 열매만 주는 것이 아니라 ‘중화(中華)’의 부활’이라는 딜레마도 함께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시장에서 팔리는 외제 휴대폰 20대 중 정식으로 수입된 ‘정품’은 1대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고 나머지 휴대폰이 가짜도 아니다. 수리용 부품을 들여다가 현지에서 조립한 뒤 진품 증명서까지 함께 팔고 있다.
우리 휴대폰 업체들이 단속할 수도 없다. 본격적으로 단속했다가는 부품 수출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비례해서 정품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못 본체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시장이 외국기업들의 잔칫상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중국 근로자들은 외자 기업에 별 관심이 없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믿느냐는 의심 때문인데, 외자기업의 임금이 중국 일류 기업보다 높은데도 적당히 일을 배운 뒤 떠나곤 한다. 이 의심을 풀어주는 길은 한국기업이 시급히 중국에 ‘동화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과 기술 외에 경영과 관리는 중국인에게 넘기는 이른바 완벽한 한국 기업의 현지화만이 역설적으로 중국에서 살아남는 수단일지 모른다. 실제로 중국에서 삼성의 ‘지역전문가’ 활동을 해온 한 직원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방안으로 인민기업으로의 변신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 기업가는 “이민족이 ‘중화민족’을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내 기업경영의 애로가 담긴 표현이다.
이미 기업들은 중국인에게 칫솔 1개씩만 팔아도 10억개가 넘는다는 행복한 산술이 꿈인 것을 알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이구동성으로 현지화를 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지화와 더불어 ‘고품질․고가격 전략’을 주문한다. 전세계 생산품의 거의 대부분을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내놓고 최상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하이엑스포 이후 질적인 성장을 더할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아야 기업의 미래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각 기업들의 전략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lazyhand@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