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패션부문을 강화키로 하고 첫 목표로 '제일모직 추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패션사업을 총괄하는 SK네트웍스는 올해 관련업계 인수ㆍ합병(M&A)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패션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최태원 회장이 최근 '한섬'을 비롯, 패션브랜드들을 추가로 M&A 해서라도 연매출 1조6000억원 규모(2009년)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제일모직을 뛰어넘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패션마켓에서 제일모직을 비롯해 코오롱,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등 대기업의 비중은 5조원 정도로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높지 않다.
하지만 전체 패션마켓의 절반 정도를 수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속사정은 다르다. 대기업 브랜드가 유명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한 패션전문 브랜드와 함께 나머지 절반의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SK그룹의 패션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SK네트웍스가 이들 5개 대기업 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패션마켓(2008년 기준)에서 제일모직은 연간 약 1조4500억원의 매출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코오롱(약 8400억원), LG패션(약 790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널(약 480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SK네트웍스의 매출 규모는 약 4700억원이었다.
SK그룹이 지난 1953년 선경직물회사를 모태로 출발해 국내 패션마켓 성장을 처음부터 이끌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최 회장이 직접 패션부문에서 2조원의 매출을 주문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아닌 SK네트웍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5000억원 정도의 매출은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로만 보면 회장이 직접 거론할 정도의 사업은 아니지만, SK그룹의 모태라는 점과 선경직물에 비해 1년 늦게 시작한 제일모직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최 회장이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21조1904억원으로 패션부문의 매출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최근 국내 1위 여성복 업체인 '한섬'의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여타 패션전문 브랜드 인수도 타진하는 등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공격적인 행보가 국내 패션마켓 판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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