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보금자리주택 쇼크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속으로 웃으면서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아니 보금자리 쇼크 자체가 없다고 오히려 발뺌이다.
국토해양부 장관 스스로가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처음 내놓을 당시부터 "보금자리주택이 저렇게 저렴한데 민간건설사들이 어떻게 고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겠느냐"면서 "보금자리가 분양가를 전반적으로 낮출 것"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해왔다.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전예약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정종환 국토부 장관의 말은 현실이 됐다. 보금자리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보금자리와 민영주택은 엄연히 다른 성격으로 민간 분양시장 침체 원인은 보금자리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더라도 시장과 업체는 보금자리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가격은 연일 내림세다.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는 2달째 5000만~1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심리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조사결과에서는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이 4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왔다. 물가 등을 감안할 때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글로벌 주택가격 하락,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 주택가격 버블논란,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주택 대기수요 증가 등이 심리적인 위축을 불러왔다.
이 중 보금자리주택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공공주택이 민영주택에 비해 값싸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도 아닐 뿐더러 공공 분양주택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더구나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전예약에 1순위로 당첨되기 위해서는 15년 이상 주택없이 살았어야 하고, 당첨되더라도 최장 10년간 팔 수도 없다.
그런데도 보금자리주택은 일반 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시장에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쇼크'로 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주택시장을 보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부동산 불패신화로 불리는 강남지역에서 물량이 나왔다는 것, 그것도 반값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입지가 좋은 지역인데다 예전 공공주택에 비해 품질도 많이 좋아졌다는 점들을 들 수 있다.
보금자리 쇼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보금자리가 단초를 제공했지만 고가 아파트를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시각변화, 미래 주택시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치 등은 앞으로 고분양가나 집값 급등 현상을 재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주택의 향후 미분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나서서 보금자리주택의 품질을 강조하다보니 건축비가 자꾸 올라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인해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실해지는 일도 막아야 한다. 강남에 보금자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이러한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의 성공은 단지 저렴한 공공주택 대량 공급에 있지는 않다. 전반적인 분양주택 가격 하락, 동시에 친환경주택 보급 확대 등 '쇼크'로 불리는 보금자리가 불러온 파급효과가 시장에 정착돼 질서가 잡히는 일, 또한 집값 안정이 오랜 기간 유지되는 일. 이것이 바로 보금자리 정책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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