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외환은행 주가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에도 좀처럼 약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인수ㆍ합병(M&A) 시장이 예전과 달리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탓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주가는 연초부터 이날까지 8.3% 급락하면서 연저점 수준인 1만3300원까지 밀렸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20.5%와 4.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실적이나 M&A 재료를 감안하면 더욱 의외일 수 있다. 1분기 외환은행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3.9% 증가한 3182억원으로 하이닉스 매각 이익이라는 일회성 재료를 감안하더라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호주 ANZ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국민연금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이슈도 본격 부각됐다. 이달 들어서는 KB금융과 이미 매각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까지 돌 만큼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만 친 것이다.
증권가는 약세 원인을 M&A 프리미엄 급락으로 보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은행에 대해 "과거와 달리 누가 인수하더라도 개인 주식을 전량 매수하지 않고 대주주에 대한 프리미엄만 지불할 것"이라며 "M&A 수혜는 대주주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실적보다는 M&A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면서도 "M&A 시장이 인수자 우위로 바뀐 탓에 프리미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대형 은행도 발을 빼는 분위기다.
합병 시너지로 기대를 모았던 산은금융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KB금융도 내부 문제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다 국제적으로 금융규제 강도가 높아진 점도 해외에서 매각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외환은행 매각 이슈에 주목하는 증권사도 여전히 있다.
외국계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ANZ은행을 제외하면 KB금융을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을 수 있고 매각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사될 수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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