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오랜만에 민간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이 같은 국지적인 청약돌풍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간 분양시장의 회복 시그널이 없는 데다 개발 호재도 드물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 지역 곳곳의 악성 미분양, 거래경색, 미입주 등도 부동산시장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 시세가 분양가 보다 낮은 '깡통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자의 '입증된 지역 청약 집중' 현상이 두드러져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청약 대박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이는 착시현상(예외적인 성공)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양도세 한시감면 혜택으로 연초까지 보합세를 유지했던 서울 · 수도권 분양권 시세가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분양권 시장 하락세 전환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분양권 시세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서울 분양권 시세는 평균 0.05% 떨어져 15개월 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신도시와 경기도는 각각 전달보다 0.35%, 0.21% 떨어졌고 인천도 -0.13%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해 청약 광풍을 몰고 왔던 인천 청라지구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입주 물량이 대거 몰려있는 용인지역의 분양권 하락세도 가파르다. 일부 대형 아파트들은 최근 5000만~6000만원씩 하락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파주신도시 분양권도 거래 부진 속에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내달부터 7개 단지 6500여가구가 입주를 예고하고 있어 잔금 마련이 어려운 투자자들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신규 분양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아껴두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데 이는 '돈이 되는 지역'에만 투자를 하겠다는 심리가 강한 탓"이라며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적체된 지역에 분양이 잘 될리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모든 지역이 이 같은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분양 시장에서 흥행몰이 중인 광교나 별내지구의 분양권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광교 삼성래미안 125㎡는 현재 5000만~9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으며, 별내 쌍용 예가 128㎡에도 1000만~15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별내지구 D공인 관계자는 "전매제한(7년)이 있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으로 그정도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며 "입지나 가격면에서 수요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지역 외엔 대박 기대하기 어려워"
서울과 수도권 분양권 시세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주택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변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이어지고 있고, 5월에 신규 입주 단지와 전매 제한이 풀리는 아파트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이달 신규 공급 물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줄어 유망단지 출현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 있었던 서울 일부지역의 동시분양에서도 평균 경쟁률 8.4대 1을 기록하는 등 가격이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곳에서는 청약 대박이 터지기도 했다"며 "지금은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DTI, LTV등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지금 상황에선 시장의 거품을 재생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 현상황에선 바람직하지 않다"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한동안은 지속될 것이며 대세하락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망지역을 제외하곤 청약대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그동안 청약 1순위에서 전평형 마감 신화를 이어왔던 송도의 경우, 최근 첫 미달 아파트가 등장했다"며 "이는 인근 청라지구의 전매해제 물량이 많은 데다 분양권 하락 소식이 연일 전해진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원용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광교의 대박은 용인의 분양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반사이익"이라며 "전반적으로 수요자들이 시세차익이 눈에 보이는 지역에 집중하는 양상이 짙은데 광교는 택지개발지구로써 계획적인 개발로 신도시의 모습을 갖춘데다 용인보다 평당 300만원 가량 저렴해 매리트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김포의 경우 서울에서 밀려나오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성된 도시이지만 당장의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공급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분양이기 때문에 고질적인 미분양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ye30901@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