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 환율' 전문가 좌담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가져온 최근의 유로화 약세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본사가 주최한 환율 좌담회에 참석한 외환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유로화 약세를 전망하면서 이것이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자리에서 "유로화 약세가 우리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도 중요하지만 향후 2~3년간은 원·유로 환율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벤츠가 그랜저보다 싸질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한국도 이제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으니까 그런 시나리오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로화는 한때 미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 1순위 후보로 꼽혔었다. 그러나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다시 포르투갈·스페인 등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로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유로화 약세 지속 가능성과 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 12% 평가절하되면 한국의 유로 수출은 4~5%, 무역수지는 0.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우리나라 수출 중 유로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기준으로 12.8%, 미국이 10.4%였다. 유로화 약세가 계속되면 미국보다도 수출 비중이 큰 유로존에서 당장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팀장은 "조선업 수주 부문에서도 유로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 된다"면서 "이런 요인들이 더해져 결국 우리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영기 대한상공회의소 거시경제팀장은 "선박이나 플랜트, 발전소, 자동차 등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KERI) 연구위원은 "현재 엔·달러·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라며 "특히 유로화 약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최근의 재정위기가 해소되기까지 향후 몇 년간 장기적인 약세가 예상돼 우리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눈 앞으로 다가온 '유로화 약세 시대'에 기업들의 환율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기업들이 유럽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현지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환리스크 관리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팀장은 "다소 원론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수기반 확충, 서비스 산업 발전에 힘써야 한다"면서 "유로존보다는 최근 떠오르는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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