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사회비판적 다큐멘터리 영화로 유명한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 지난해 6월 다국적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사가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가자 그는 '예고된 일'이라며 냉소를 지었다.
무어 감독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GM은 부조리한 경영방식과 직원들에 대한 홀대로 결국 몰락이라는 유감스러운 종말을 자초했다"고 질타했다.
무어 감독이 말한 이 '예고된 일'이란 그의 데뷔작 '로저와 나'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가 1989년 만든 이 작품은 미시간주 플린트의 한 작은 마을에서 갑자기 GM이 철수해 그 회사에 의존해 살아오던 마을 사람들의 삶을 황폐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를 통해 GM의 노동자 대우 방식을 비판한 무어 감독은 "수치상 나타나는 이익을 위해 근로자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는 GM의 경영방식은 종말을 스스로 예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어감독은 또 GM 자동차의 품질문제도 이 회사의 종말을 예고한 일로 몰았다. 그는 "구입 후 불과 몇 년 안돼 망가지는 자동차를 만들어 소비자가 또 다른 차를 구입하게 만드는 의도적 경영방식이 스스로를 몰락으로 인도했다"고 주장했다.
무어 감독의 시선대로 GM파산이 '예고된 일'이었다면 최근 한국의 부동산시장에도 같은 일 '예고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아파트 미분양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 10년간의 평균 미분양수치보다 훨씬 웃돌고 있는데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상황이다.
일부 회사는 이로 인해 문을 닫거나 문을 닫기 일보 직전에 와 있다. 시장은 당시 걸린 소화불량이 아직 낫지 않아 새로운 물량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하지만 무어감독의 GM에 대한 지적처럼 현재의 국내 미분양 사태도 예고된 일이었다. 2007년 9월 분양가상한제가 처음 도입되자 이를 피하기 위한 물량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꺼번에 쏟아지는 공급을 시장이 모두 소화해 내기에는 소화기관이 적어 결국 체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화불량은 건설사 전체의 체질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충고했다. 미분양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푼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챙기기에 바쁜 건설사들은 미래에 대한 혜안은 커녕 눈 앞에 보이는 사리사욕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고, 고가에 대량의 아파트 쏟아내기에 급급했다. 결국 남은 것은 높이 쌓인 미분양 아파트와 여기에 비례한 금융 부채뿐이었다. 아니 회사에 대한 신뢰하락도 남겼다.
무어감독이 '근로자 개개인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GM 경영방식을 비판했지만 이를 인정하는 GM 경영자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에게 보다 믿음을 주는 저렴하고 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또 근로자들 한명한명이 자신이 평생을 몸바쳐 일할 회사로 신뢰할 수 있었다면 무어 감독의 '예고된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어감독이 한국에 살았다면, 아니 한국의 상황을 잘 안다면 또 다른 일을 예고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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