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광화문통신] 통신 품질평가 '40억 헛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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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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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40억원을 들여 실시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가 모호한 판단 기준과 불필요한 평가항목 등으로 사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를 맞고 있는 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위의 품질평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발표 결과에 따라 회사 이미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 품질평가는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아야 하고, 평가 결과는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참고 자료로써 활용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방통위의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는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통신업계에서는 국내 통신서비스의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사업자별로 큰 차이가 없어 품질평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특히 이번 방통위의 품질평가 결과 발표는 업계의 반발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됐다.

사업자별 품질평가 차이가 미미한데다 일부 불필요하거나 모호한 평가항목이 포함돼 특정 사업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혈세낭비'라는 비난과 함께 품질평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품질 차이가 미미해서 이를 순위로 메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확대되고 있는 것.

무선통신의 경우 3세대(3G) 음성통화 성공률이 이동통신 3사 모두 95% 이상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별 차이도 3% 이내다.

전국 읍·면·동 단위까지 세부적으로 진행된 3G 음성통화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산간 및 도서 지역에서 커버리지가 떨어지는 통합LG텔레콤이 가장 낮았다.

이에 통합LG텔레콤은 커버리지가 100%에 가까운 도심에서는 통화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 99%에 해당하는 커버리지와 세계 최고 수준의 통화품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3G 음성통화 성공률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97.8%로 가장 높았으며, KT 96.3%, 통합LG텔레콤 95% 순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결과다. 투자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주요 도시는 물론 산간·오지에도 기지국, 중계기 등을 더 많이 설치했기 때문이다.

결국 읍·면·동 등 전국을 기준으로 한 음성통화 성공률을 3G 음성통화 품질 평가로 삼는 것은 특정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3G 서비스의 건물 내 통화성공률은 사업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평가해 품질평가의 의미를 퇴색케 했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예전에 없던 전구간 평가가 이뤄져 관련 업체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 평가에서 초고속인터넷 품질에 대해 자사망 구간이 아닌 연동망과 웹서버 구간이 포함된 전구간을 대상으로 삼았다.

개별 업체의 가입자 1명이 반나절 동안 측정한 초고속인터넷 속도를 전구간 속도로 공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방통위는 품질평가 발표 당일에는 전구간 평가를 1명으로 했다는 설명이 없다가 업체들이 반발하자 품질평가를 공개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뒤늦게 설명을 추가하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자사망 다운로드 속도가 평균 93.8Mbps인데 반해 전구간 속도는 10.1Mbps로 3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초고속인터넷 품질은 자사망 뿐만 아니라 사용 컴퓨터 사양, 연동망, 웹서버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서비스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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