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이 조만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천안함 사태가 중국의 대북 신뢰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북한의 대응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충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24~25일 열린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했던 미 고위 관리들도 중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고위 당국자가 중국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 북한에 책임을 지울 준비가 돼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채택할 공식적인 대북 비난에 동참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AP는 중국의 입장 변화가 오바마 행정부에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원 총리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천안함 희생 장병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낸 국제사회의 조사결과를 중국도 받아들일 것임을 시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 총리는 28일 입국해 30일 귀국길에 오른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대북 비난의 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알 수 없지만 원 총리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조치를 지지할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AFP통신도 미 정부 관리가 "우리는 중국이 조심스럽고 미세하게 한국의 입장에 다가서는 것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제사회의 적절한 대응 방안에 대해 중국이 한국과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 역시 이번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 참가했던 두명의 미 정부 관리가 중국의 입장 전환 가능성을 거론했다며 중국이 원 총리의 한국 방문을 즈음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우리의 발언 중에 6자회담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단계에서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외교'를 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지만 현재 우리는 그 단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현 상태에서 우리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회담 테이블로 돌아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중립'으로 일관해온 중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로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과 주요 교역국인 한국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 민관합동조사팀의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결과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설득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 총리의 28일 회담도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클린턴 장관의 방중을 통한 설득에 이어 이 대통령이 조사 과정의 객관성, 과학성을 설명하고, "역내 평화를 해치는 도발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 중국이 대북제재의 불가피성을 일정하게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총리의 방한 때 중국의 입장 변화가 가시화되면 미ㆍ중 양국은 천안함 사태를 놓고 추가적인 논의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 CNN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 클린턴 장관의 바통을 이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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