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지방선거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북풍을 둘러싼 여야의 논쟁이 심화되면서 애초에 당과 후보들이 강조했던 정책 대결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각 후보자들은 막판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당 지도부들 역시 거리로 총 출동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실질적 정책 알리기보다 정쟁에 치중하는 양상이다.
유권자들은 공약이 아닌 정쟁에만 열을 올리는 정당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 모(26)씨는 “북풍이니 노풍이니 정책은 없고 정쟁만 난무하는 것 같다”며 “천안함을 두고 벌이는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공약이 뭐가 있는지 찾아볼 겨를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자세한 공약을 비교할 수 있는 선거공보 발송도 늦어져 유권자들의 불만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들의 공약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열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조차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용산의 김 모(62)씨는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일부러 인터넷을 찾아 공약을 비교할지 의문”이라며 “그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나이가 많거나 인터넷에 익숙치 않은 유권자들은 공약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고 답답해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인터넷 이외에 공약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선거공보는 선거인명부가 확정 된 후 28일에 일괄적으로 배송됐다.
서울 잠실의 이 모(31)씨는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보를 보고 비교하는 건 너무 급한 것 같다”며 “선거공보를 미리 볼 수 있다면 후보들이 펼치는 유세전에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선거 인명부가 확정되기 전에는 선거공보가 미리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배송을 할 수 없다”며 “늦어도 배송 후 2~3일 안인 31일 전에는 모든 유권자가 선거공보를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은 정책 공약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로 제도적 문제를 들었다.
이 처장은 “한국은 선거운동 기간이 13일로 정해져 있는데 이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비교 검증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며 “선거운동 기간을 법적으로 제한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선거는 60일, 대통령 선거는 120일로 선거운동기간을 늘려 유권자들이 고민하고 비교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그러나 정책선거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기존의 선거공보가 아닌 ‘선거공약서’이 이번 선거부터 적용된다”며 “‘선거공약서’를 통해 유권자들이 온전히 공약으로 후보자들을 비교함으로써 보다 발전된 선거 문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거공약서’는 후보자들이 당과 인물이 아닌 공약을 중심으로 만들도록 해 유권자들이 당이나 인물보다 공약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선거자료다.
이 처장은 “정책선거는 단순히 공약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 정책이 하나로 이어질 때 가능하다”며 “정치인들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유권자 스스로가 관심과 토론을 통해 바꾸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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