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재환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퇴진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과거 어느 일본 총리 교체때와는 사뭇 다른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취임 초부터 미국과 외교 문제를 빚어온 데다 퇴진의 결정적인 계기로 후텐마 문제가 꼽히기 때문이다.
3일 일본 TV방송국 TBS는 미국과의 외교문제가 결국 총리 교체라는 일본 국내 정치 격변의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로서는 목소리를 낮출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 행정부는 후텐마 문제에 대한 합의를 어렵게 이끌어낸 만큼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에 앞으로도 더욱 신중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전문가로 정치전문 블로그 '워싱턴 노트'를 운영하는 스티븐 클레몬스는 "오바마가 하토야마를 퇴진시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하토야마는 자신을 냉대해왔던 오바마 대통령의 압력을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하토야마 총리는 수개월동안 미국 정부와 일본 국민들에게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왔고, 결국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후텐마 논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하는 일본내 여론과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해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는, '합의 사항 준수'라는 원칙을 고집해 하토야마 총리를 궁지에 빠뜨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백악관은 하토야마 퇴진 하루 뒤인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일 양자관계는 매우 강하고 공통의 이해·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우리는 차기 일본 총리, 일본 정부와 양국의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 싱크탱크인 저먼 마셜 펀드의 대니얼 트위닝 아시아 문제 선임 연구원은 포린 폴리시 인터뷰에서 "기존의 후텐마 합의가 지켜졌고, 하토야마가 물러났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문제를 잘 처리한 셈"이라며 "이제 새로운 일본 지도자를 맞이해 다른 이슈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의 일본 문제 전문가인 민디 코틀러는 "많은 희생을 낳은 승리"라며 하토야마 퇴진을 기뻐할 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며 "미국이 자민당 향수에만 젖어있지 말고 일본 변화의 상징인 민주당의 부상에 맞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일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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