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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호 국토연구원장 |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1980년 2.82명이던 출산율이 2009년에는 1.15명으로 감소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저출산의 결과 우리나라의 인구성장률도 2019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시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은 2010년 11.0%에서 2030년 24.3%로 증가하면서 저출산 속에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은 인구 및 가구증가율을 둔화시키고 이는 신규 주택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중장기 주택수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주택수요는 지금보다 연간 약 5만가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저출산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분이 60%를 차지한다. 또 저출산으로 가구당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서 중대형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소형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저출산은 학생수와 영유아의 감소로 이어지고 교육시설과 보육시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에서는 주택청약가점제를 비롯해 3자녀가구 특별공급, 공동주택단지의 보육시설 공급 등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우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는 주택청약가점제를 도입해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를 우대하고 있다. 자녀를 3명 이상 둔 무주택 세대주에게는 분양주택을 우선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양가족이 자녀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산점이 설정돼 있어 출산장려 기능은 크지 않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영유아보육법에서는 최소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단지에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저출산시대에 걸맞는 출산장려 또는 저출산 맞춤형 정책으로서의 정책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저출산에 대응한 주택·도시정책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과 저출산시대의 수요 패턴에 부응한 정책으로 병행접근이 요구된다. 첫째, 출산장려와 결혼장려를 위한 주택청약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출산장려를 위해서는 부양가족을 자녀와 기타부양가족을 구분해 부양가족이 자녀인 경우에는 청약가점을 더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결혼 2년 이내의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의 주택청약가점을 높여 신혼부부가 주택을 쉽게 마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저출산시대의 주택수요 패턴에 맞는 맞춤형 주택공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으로 1인가구, 무자녀 부부 가구, 자녀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의 규모와 주택유형 측면에서도 수요 변화가 예상되므로 주택공급정책도 이에 걸맞는 변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주택공급계획에서 소형주택 공급비율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저출산가구는 가구원수가 적어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택지개발지구에서 적용되는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중대형 주택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주택 미분양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저출산가구 맞춤형 주택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가구는 맞벌이 가구가 많아 근린생활권 주변에서 거주하기를 선호한다. 따라서 직주근접형 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형 원룸, 단지형 다세대주택 등 저출산가구 맞춤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저출산가구가 생활하기 편리한 주택단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보육수요 증가에 대응한 주거단지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0~2세의 영아 보육시설의 수요증가에 따라 현재 공동주택건설시 300가구 이상에 보육시설 1개소를 확보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개정해 단지내 영유아 비율을 반영하는 등 보육수요 맞춤형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용지확보가 어려운 기존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밀집 지구에서는 주택을 보육시설로 변경해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쉽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보육시설의 수준이 보장되는 공공보육시설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저출산과 고령화의 동시진행에 대응해 건강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건강도시사업인 보건산책로, 공원 내 걷기운동시설 설치, 재미있는 걷기코스, 운동정보제공사업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출산을 적극 장려해 사회적 역동성을 회복시키는 전략이 다방면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주택·도시 분야에서도 저출산 관련 정책을 새롭게 개발하고 이를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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