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한·중·일 新 삼국지 새로운 100년 창조해야"

   
 
 이어령 재단법인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아주경제 오성민 기자) "한ㆍ중ㆍ일 3국은 힘들었던 과거 100년을 딛고 올해부터 새로운 100년을 창조해야 합니다. 첫 단추는 문화적 공감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동질성과 차이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초대 문화부 장관)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올해, 한ㆍ중ㆍ일 3국은 미래 100년을 향해 새로운 관계를 정리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2010 한중일문화 국제심포지엄'의 주제도 '다시 쓰는 한ㆍ중ㆍ일 신(新)삼국지, 과거 100년 미래 100년'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공유 문화를 분석하고 함께 공동 발전 모델을 탐구하는 한ㆍ중ㆍ일 문화 국제심포지엄은 11일 일본 도쿄 신주쿠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주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의 도쿄 코리아센터 개원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10일에는 이어령 이사장이 명예교장으로 있는 경기디지로그창조학교 주최로 문화강연회가 열린다. '신아시아시대의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한 이 이사장의 강연 후에는 인간문화재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공연도 있을 예정이다.

최근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대회 개막식에서 환상적인 4D 디지로그 아트 공연을 선보이며 창조 사회의 전도사로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어령 이사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 밀레니엄에서 10년째를 맞이한 2010년, 올해 열리는 한ㆍ중ㆍ일 문화 국제심포지엄의 의미도 더욱 클 것 같습니다.
"2010년은 새로운 천 년의 두 자리 수가 시작되는 해입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 6.25 발발 60년, 4.19혁명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죠. 20세기는 증오의 시대라고 합니다. 증오가 역사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부터 국가간 또 개인 정당 기업간 경쟁을 통해 발전을 해왔는데 이 발전 원동력이 증오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증오심이 세계를 끌고 가기에는 모든 게 벽에 부딪힌 겁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죠.

한ㆍ중ㆍ일 관계로 좁혀보면 어떻습니까. 100년 전 한ㆍ중ㆍ일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방의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무기를 사들이고 또 전쟁을 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열심히 땀 흘려 벌어 무기 만들고 자식은 군대 보내고 결과적으로 나라는 전쟁에 무너졌죠.

이러한 체제 속 100년을, 그 불행했던 과거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까? 과거의 그 증오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까? 결국 2010년은 귀중한 역사를 반문해보고 다시 시작하는 해인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21세기는 시련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것은 한ㆍ중ㆍ일 관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돌아오는 지금 우리가 다시금 한ㆍ중ㆍ일 관계를 짚어보는 것은 100년 전과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지렛대와 운전대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한ㆍ중ㆍ일의 관계는 바로 한국 역사와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그 어느 나라도 혼자 잘 살 수 없습니다. 이걸 깨우쳐야 합니다. 같이 잘 사는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이 지금 민족을 위한 슬기입니다. 반중(反中) 반일(反日) 반미(反美), 파괴와 증오의 폭탄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를 끌고 가는 증오의 시대는 20세기로 충분합니다. '어게인스트(against)'가 아닌 '포(For)'가 필요합니다.

원동력을 창조와 사랑으로 바꿔야 합니다. 개인이 외칠 수 있는 소리가 너무나 작지만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라는 기구를 통해서라면 정부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민족의 손발이 될 수 있지만 민족의 두뇌는 아닙니다. 개인과 민간 단체, 학교가 모여 민족의 두뇌가 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 심포지엄 주제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특히 세 편의 논문이 공통적으로 동북아시대에 한ㆍ중ㆍ일을 엮을 수 있는 것은 문화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문화 자체로서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문화가 군사력, 경제력의 변수와 그 자체를 바꿔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어느 나라에 기지를 만들려고 한다고 가정합시다. 종교가 다르던가 반미감정 같은 문화적 정서가 있다면 기지 건설이 가능하겠습니까. 군사력 경제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결국 그 나라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문화적 정서입니다."

- 또 논문에서는 중국과 일본에서의 한류처럼, 우리에게도 일류(日流), 화류(華流)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문화는 물건처럼 주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공짜로 나누는 겁니다. 이런 문화들은 그 나라의 민족혼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 나라를 더욱 개방시키고 넓혀줍니다. 손해가 없습니다. 아직도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남아 있어 중국의 경극, 일본 가부키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문화재산을 나눈다는 것은 우리가 즐거워지는 일입니다.

일제시대 식민주의 제국주의 문화처럼 문화가 지배의 무기, 도구로 사용됐던 그런 문화는 당연히 배격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필터링을 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를 갖고 나눈다는 '문화에 대한 콘셉트'를 가져야겠습니다.

- 미디어 속의 한ㆍ중ㆍ일 젊은이들, '인터넷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논문 주제는 이사장께서 직접 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를 예로 들어 봅시다. 인터넷 속 한ㆍ일 젊은이들에게 교과서 문제는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제시대에도 없던 인종차별과 편견, 원색적 표현이 젊은이들의 뇌수를 파먹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실체와 떨어져 디지털 세계에만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 편견을 심어주고 전투적으로 만드는 그런 언론이 지배하는 세상이 인터넷에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 바다에서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는 타이타닉과 같은 운명입니다. 언제 우리 사회를 뒤엎을 수 있는 강력한 폭발이 있을지 모릅니다.

서로 무엇이 다른가를 강조하다 보면 민족말살정책, 전쟁으로 치닫습니다. 서로 무엇이 같은가를 강조하다 보면 공동체, 한 덩어리에 이릅니다. 동질성과 이질성은 서로 다른 사람끼리 어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재산입니다.

동질성과 이질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 내가 나인 것을 상실하지 않은 채로 친구가 되는 것,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 긴장관계가 나를 상실하지 않으면서 더 큰 나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nickioh@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