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한 원저우(溫州)상인이 한번에 무려 54kg에 달하는 순금을 구입했다!”
얼마 전 중국 금시장에 파다하게 퍼졌던 소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는 현재 중국의 투기자금이 금시장으로 몰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소식이다.
10일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중국 내 핫머니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순금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순금시장에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핫머니를 실물경제 투자로 유인할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핫머니의 금시장 쏠림 현상의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과열 억제정책ㆍ주식시장의 약세ㆍ인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는 금시세를 꼽았다.
금융위기 발생 후 중국 주식시장은 3000포인트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강력한 정책시행으로 혼란에 빠져있다. 반면 지난 5월 순금가격은 온스당 1241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상하이황금거래소의 최근 수치는 중국 금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상하이거래소는 공고를 통해 5월 순금거래량이 66만 2011kg이라고 밝혔다. 1분기 대비 금거래 증가폭은 17.86%이며, 작년 동기대비 증가폭은 140.92%에 달한다. 올 5월 한달 순금 거래 총액만 1749만 6862위안(한화 약 32억원)에 이른다.
중국 순금시장의 이상 과열과 향후 전망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다소 상이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광둥황금공사(廣東黃金公司)의 애널리스트 양하이타오(楊海涛)는 “(가격이) 오를 때 투자하는 중국투자자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순금시장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특히 “금시세가 ‘나 홀로’ 강세를 나타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통상적으로 금시세 등락 곡선은 국제원유가격 곡선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현재 원유가격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금시세는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시세는 또한 미 달러의 환율과 반비례 관계를 형성하는데, 최근 미 달러 가치절상에도 불구하고 금시세는 하락하지 않는 등 금시세가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금시장에 이미 상당한 거품이 형성된 만큼 금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아오바오황금공사(澚寶黃金公司) 수석 애널리스트 주지강(朱志剛)은 “순금시장의 비수기인 7월엔 금시세가 하락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금시세가 곧 하락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규모 투기자금을 실물경제 투자로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점에는 견해를 함께했다.
광둥성사회과학원 산업경제연구원 리여우환(黎友煥) 원장에 따르면 기업을 제외한 중국의 개인저축액은 지난 2008년 말 이미 21만 억 위안을 돌파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자금이 핫머니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대규모 핫머니 통제가 경제관료의 고민거리"라고 밝혔다.
중앙재경대학 금융학부 리젠쥔(李建軍) 교수는 민간자본의 독점사업 영역 진입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국무원이 발표한 ‘민간자본의 건전한 발전에 관한 의견’보고서를 인용, 민간자본의 독점사업 영역 투자가 중국의 금융서비스와 3차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핫머니는 잘 이용하면 실물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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