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키르기스스탄 남부에서 지난 10일 밤 발생한 민족분규로 현재까지 최소 77명이 숨지고 1천여명 이상이 부상하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12일(현지시각)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는 이날 남부 오쉬시(市) 주변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번 사태의 진압을 위해 군과 경찰에 발포권한을 부여했다. 아짐벡 베크나자로프 과도정부 부총리는 국영TV를 통해 "사회불안이 확산하고 있어 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키르기스 남부는 키르기스계와 소수민족인 우즈벡계가 함께 살고 있는 지역이다. 현장에 급파된 베크나자로프 키르기스 부총리는 이번 소요가 키르기스계와 우즈벡계간 충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오쉬에서 시작된 폭력사태가 남부의 또 다른 도시 잘랄라바드로까지 확대되면서 폭도가 대학 건물을 불태우고 경찰서를 장악했으며 지역 군부대에서 장갑차와 무기류를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기스 보건부는 지금까지 최소 77명이 숨지고 1천24명이 부상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의료진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즈벡계 환자들이 두려움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실제 사상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키르기스의 군사적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서 이곳에 기지를 둔 미국의 개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미 국방부는 키르기스 과도정부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로자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대통령은 축출된 쿠르만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헌법에 의한 총선을 방해하기 위해 오쉬에서 이번 소요를 부추겼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키르기스스탄이 이른 시일 안에 평화와 질서를 회복할 것을 촉구하고 이 지역에서 폭력사태로 번진 민족분규를 종식시키려는 유엔과 유럽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필립 크롤리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키르기스 공화국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민족간 폭력사태 양상을 보이는 키르기스 남부 오쉬시(市) 등지에서 이른 시일 안에 평화를 되찾고 질서를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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