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시중은행 금고에 다량의 돈다발이 쌓이고 있지만 정작 은행대출은 개점휴업 상태다.
은행권은 금융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대출에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영업행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저신용 서민이나 중소기업 등 금융소외계층이 직격탄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전체 예금은 801조3748억원(4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94조7751억원에 비해 15.34%(106조5997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6월의 15.70% 이후 9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예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3분기부터 줄곧 10%대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예금의 가파른 증가에도 올해는 15%대 안팎의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대출은 서민 신용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경직된 모습이다.
4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여신은 967조78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0조5298억원에 비해 2.9%(27조2544억원) 확대되는 데 그쳤다.
은행권 여신은 최근 4~5년간 매달 10~20% 정도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지난해부터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에는 1월 3.7%, 2월 3.4%, 3월 3.0% 등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 등 5개 은행의 6월 말 현재 대기업 대출은 전월 말에 비해 0.7% 늘어난 48조337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294조460억원으로 전월보다 0.24% 축소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데다 대출 연체율도 오르고 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아직 중소기업의 건전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이 같은 대출 행태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3분기 20으로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은행의 대출 행태가 더욱 보수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전반적인 경기 개선 흐름 △민간 부문 내수 회복 △비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종료 등으로 대출수요지수 전망치는 -3에서 11로 14포인트 급등했다. 3분기 이후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더욱 확대될 거란 전망이다.
이처럼 자금에 대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자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건전성에만 매달린 나머지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실제로 국내 은행은 대출 운용처가 마땅치 않자 올 들어 채권·증권 등 우회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주요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40조5939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조5368억원(약 8%)이나 증가했다.
한편 3분기 중에 기준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보증확대 조치가 철회될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증확대 및 만기연장 조치가 지난달 말 종료되고 출구전략이 가시화하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추가 부실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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