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자문형 랩에 돈이 몰리면서 계약고가 1조원을 넘는 공룡 자문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문사의 계약고는 작년 말에는 5000억 원에도 못 미쳤고, 지난 3월 말 기준으로도 1조원을 한참 밑돌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심지어 7공주 등의 종목을 만들어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케이원투자자문의 경우 주 판매 증권사인 삼성증권이 과도한 쏠림 현상을 우려, 신규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금융 감독당국은 내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자문사, 신탁회사와 함께 랩어카운트 관련 모범규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본격 활동에 나선다.
◆ 케이원ㆍ브레인 투자자문 계약고 1조 넘어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원투자자문과 브레인투자자문의 자문형과 일임형 계약 잔고는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말 현재 케이원투자자문의 계약고가 1조400억원, 브레인투자자문은 1조3121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데스투자자문도 계약고가 9563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팔고 있는 자문형 랩 돌풍의 주역인 이들 자문사의 계약고는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1조원이 넘는 계약고를 자랑하던 전통의 강자 한가람투자자문(6월 말 현재 1조2318억원)을 넘어섰고, 부동의 1위 코스모투자자문(3월 말 현재 2조2530억원)의 자리까지 넘보는 추세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도 주식형 펀드 수탁고를 기준으로 1조원 넘는 운용사는 전체 72개 중 3분의 1인 25개에 불과한 만큼, 계약고가 1조원 이상인 자문사는 중형 자산운용사에 육박하는 자산을 지니게 된 셈이다.
증권사들이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사 랩의 계약고는 작년 말 45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조95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문사 랩은 주식형 펀드와 달리 주식을 0~100% 중 원하는 만큼 편입할 수 있고, 종목당 투자 한도가 없으며, 투자 종목 수는 15종목 안팎이고, 벤치마크지수가 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특성이 있다.
반면 주식형펀드는 60% 이상 주식을 상시 편입해야 하고, 종목당 투자 한도도 10% 이내로 제한되며, 투자 종목 수는 자문사 랩의 최소 4배인 60종목을 넘고, 코스피지수를 벤치마크로 해 벤치마크 대비 성과 평과를 한다는 특성이 있다.
◆ 자문사랩 판매 중단…돈 쏠림현상 때문? = 이같이 자문사로 돈이 쏠리자 특정 종목에 쏠림 현상으로 인한 운용상의 문제를 우려해 신규 판매가 중단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중순 주력 자문사 랩 상품인 케이원투자자문의 신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하는 케이원투자자문의 랩의 가입 잔고가 5000억원을 넘어가면서 포트폴리오상 적정 운용 규모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는 포트폴리오 내 투자 종목 수가 60개 종목 안팎인 반면, 자문사 랩은 15개 종목 안팎에 불과해 적정 규모를 넘어가면 운용자체에 하중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케이원투자자문의 자문사 랩이 보유한 종목들은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 입장에서 보면 과도하게 오른 주식을 사게 되는 것"이라며 "주가가 많이 떨어지거나 종목 재구성을 이루거나, 현금 비중이 많아지거나 새 고객이 부담 없이 투자를 개시할 수 있을 때까지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 시장 달구는 자문사 종목들 = 케이원투자자문의 주요 보유종목들은 그동안 시장에서 7공주로 불리며 추종세력을 얻어 급등세를 누려온 게 사실이다.
이들 7공주가 시장에 회자되며 인기를 얻자 코스닥 7공주, 7공자, 4대천왕 등 다양한 아류 종목들이 생겨나고 있다.
케이원투자자문측은 최근 헤게모니의 변화, 양극화 심화, 차별화 심화 등을 근거로 7공주에 대한 집중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며 시장에서 언급되는 7공자 종목은 7공주보다 기초경제여건이 약하므로 기술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최근 3개월간 22.96%의 수익을 올린 레이크투자자문은 제일모직, 삼성전기, SK C&C에 주로 투자했고, 21.50%의 수익을 올린 인피니티투자자문은 화신, 일진디스플레이, DMS등 중소형주에 투자를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6.94% 수익을 올린 레오투자자문은 LG이노텍, 만도, 대한생명에 주로 투자했고, 14.41%의 수익을 올린 가울 투자자문은 삼성전기, LG화학, 현대차 등을 주로 편입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랩을 운용하는 자문사들이 주로 샀던 종목들은 박스권에서 재미를 봤던 종목들인데,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들이기는 하지만 최근 과도하게 쏠린 경향이 있다"면서 "랩 종목들이 공개되니 추종세력까지 생기면서 자문사들이 특정 종목의 주인으로 행세하려 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금융 감독당국 모범규준 마련 TFT 구성 = 금융 감독당국은 이같이 자문사 랩이 인기를 얻으면서, 증권사별로 투자 하한선이 낮아지고 투자 계층이 낮아짐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준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내주부터 은행, 신탁회사, 자문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랩 담당자들을 모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모범규준 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에는 ▲투자자의 재무상태와 투자 목적에 따라 투자할 것 ▲고객의 요청이 있는 경우 요청대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줄 것 ▲고객이 원하는 경우 상담해 응해줄 것 ▲분기당 1차례씩 보고서를 고객들에게 발송할 것 등과 같은 조건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redra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