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이 집결된 최첨단의 도시 맨해튼. 이 화려한 도시의 한쪽에는 어느덧 환상 속의 신화가 되어버린 위대한 마법사 ‘발타자 블레이크(니콜라스 케이지 분)’가 살고 있다. 발타자는 자신의 영원한 숙적 맥심 호르바스(알프레드 몰리나 분)의 음모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마법사다.
그를 돕기 위해 선택된 제자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데이브 스터틀러(제이 바루첼 분). 데이브는 발타자에게 마법의 기술과 과학에 대해 고강도 훈련을 받고, 인류 역사상 최대의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게 된다. 인류를 구하고.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데이브는 진정한 ‘마법사의 제자’로 거듭난다.
디즈니의 2010년 야심작 ‘마법사의 제자’는 전 세계적 흥행작 ‘내셔널 트레져’ 1, 2편의 주역이었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존 터틀타웁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아 오래된 선과 악의 대결 한가운데 뛰어들게 된 마법사와 그의 제자가 겪는 모험담이다.
‘마법사의 제자’ 라는 주제는 수많은 창조적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매력적인 테마였다. 시초는 위대한 독일의 문호이자 사상가, 자연 과학자였던 괴테가 1797년에 쓴 14절짜리 시 ‘마법사의 제자(Der Zauberlehrling)’다.
제자의 내레이션 형식으로 된 이 시의 내용은 스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마법 실력을 뽐내던 제자가 주문을 잊어버려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 제자는 빗자루에게 물동이에 물을 채우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문제는 빗자루를 멈추게 하는 주문을 잊은 것. 온 방이 물바다가 되자 제자는 도끼로 빗자루를 쪼개지만, 숫자가 많아진 빗자루는 더 열심히 물을 퍼 나르고, 집안에는 홍수가 난다. 그때 마침 외출했던 스승이 돌아와 빗자루에게 창고 속으로 돌아가라는 주문을 내리자 모든 상황은 깨끗이 정리된다.
이 시가 나온 지 100년 후 프랑스의 작곡가 폴 뒤카가 ‘L’apprenti sorcier’ 라는 10분짜리 교향시를 발표, 큰 인기를 끌었다. ‘빗자루들의 행진’이 특히 인상 깊은 이 교향시는 지금도 뒤카의 대표곡으로 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로부터 40년 뒤 월트 디즈니가 미키 마우스를 주인공으로 ‘판타지아(Fantasia)’ 중의 한 에피소드인 ‘마법사의 제자’를 만들었다. 1937년 여름, 비버리힐즈의 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를 하던 월트 디즈니는 유명한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우스키에게 합석을 제의했고, 둘은 식사를 함께 하며 이 멋진 아이디어를 태동 시킨 것이다.
‘클래식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접목’이라는 이 아이디어는 훗날 야심 찬 프로젝트인 125분짜리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로 결실을 맺었다. 이 작품은 1940년 11월 13일 뉴욕시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첫 상영됐다. 판타지아는 관객이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며, 예술의 지평을 넓히려는 월트 디즈니의 예술적 야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영원한 상징으로 남게 됐다. 현재 판타지아는 미국 영화 보존 위원회에 의해 영구 보존 작품으로 선정돼 미국 하원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그중 한 에피소드인 ‘마법사의 제자’는 판타지아 최고의 백미로 꼽힌다.
이 작품의 에피소드인 마법사의 제자를 새롭게 재창조한 실사 액션 어드벤처 버전의 마법사의 제자는 판타지아의 에피소드를 그대로 리메이크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오마주로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법사의 제자는 확실한 디즈니의 혈통인 셈이다. 또한 기본 메시지는 여전히 단순하고 코믹하지만, 애니메이션 버전보다 한층 깊이가 있어졌다는 평가다.
마법사의 제자는 두 개의 모험적 여정을 다루고 있다. 발타자는 수세기 동안 자신의 제자를 찾아 헤맸다. 제자인 데이브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열혈 물리학도인 데이브는 마법사가 될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귀찮을 정도로 곁에서 맴도는 발타자에 의해 결국 자신의 사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극이 진행되면서 둘 사이엔 우정이 쌓이고, 발타자는 데이브에게 마법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감을 심어준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마법을 재해석하느냐의 문제였다. 데이브는 합리적, 논리적인 것만을 믿는 물리학도다. 이런 그의 앞에 모든 것을 마법의 눈으로 보는 발타자가 나타난 것이다. 두 사람의 세계는 상반된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다. 연금술이 화학이라면 마법은 곧 물리학이다. 발타자가 데이브에게 하는 중요한 대사가 있다. 마법사의 모든 행위는 물리학의 법칙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 바로 그 아이디어가 영화 ‘마법사의 제자’ 속에 숨은 핵심 콘셉트다.
이 영화는 ‘고전적인 영웅 이야기’다. 데이브의 모험은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재발견해 나가는 여정이다. 발타자 및 베키와의 관계가 그 여정의 추진력이라 할 수 있다. 발타자는 인류를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이타적인 인물의 상징이다. 세상에는 개인의 삶보다 더 중요하고 위대한 그 무엇이 있다는 신념이 발타자로 하여금 1000년 세월 동안 악과 싸울 수 있게 한 원동력인 것이다.
마법사의 제자에서는 맨해튼 곳곳에서 온갖 모험이 펼쳐지는데 그 중에는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격 장면도 있다. 마법사에 관한 영화인만큼 자동차 추격 장면도 기존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느려터진 고물 트럭이 날렵한 페라리로 변신하고 방해물이 되는 것은 무조건 바꿔버리는 것이다. 추격 장면 초반에 발타자가 탔던 차는 1935년형 롤스로이스 팬텀. 이 차의 등장에 지나가던 행인들과 관광객들은 모두 사진을 찍어댄다. 이 차의 실제 주인은 바로 빈티지 자동차 수집광으로 유명한 니콜라스 케이지다.
마법사의 제자 클라이맥스라 할 최후의 결전 장면은 맨해튼의 시민 공원 볼링 그린에서 촬영됐다. 인류의 운명을 놓고 양쪽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무시무시한 마법의 경연을 벌인다. 화염이 솟아오르고 월 스트리트의 명물인 청동 황소 동상이 살아서 날뛰고 온갖 저주와 주문이 난무한다.
다소 엉뚱하지만 분명 위대한 마법사 발타자와 더 없이 사악한 어둠의 마법사 맥심. 그들의 불꽃튀는 대결 속에서 마법사의 제자로 다시 태어난 데이브는 도시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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