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국책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TV 통합 수신 칩’(통합 수신 칩)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자칫 2012년 아날로그TV의 디지털TV전환을 앞두고 시장선점을 위한 행보에 차질이 우려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말까지 끝마칠 계획이었던 통합 수신 칩의 엔지니어링 샘플의 출시가 지연됐다. 엔지니어링 샘플은 양산에 앞서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기 위해 생산하는 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된 통합 수신 칩을 테스트 하는 과정에서 재설계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엔지니어링 샘플의 출시가 늦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빨라도 8월말은 돼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샘플이 나오면 이에 대한 신뢰성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다음으로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글로벌 수신 칩들과 비교해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양산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의 통합 수신 칩 설계에 공동참여 한 펩리스 업체 관계자는 “석 달 전에 (우리가) 맡은 설계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복귀했다”며 “워낙에 큰 칩이다 보니 마무리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주관으로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TV 통합 수신 칩은 시스템반도체의 하나로 북미, 유럽, 중국지역의 디지털TV 전송방식 모두를 수신하고, 신호처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기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스마트 프로젝트 시스템반도체 분야 지원계획을 밝히면서 이 프로젝트에 추경예산으로 40억원을 지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글로벌 디지털TV 수신용 칩은 디지털TV의 핵심반도체”라며 “(LG전자가) 칩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상용화 후 3년 동안 30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와 3000억원의 해외수출, 2000억원의 투자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TV제조업체들은 대만 등지에서 글로벌 디지털TV 수신용 칩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이엔드급 TV제품에는 자체 개발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 TV제조업체들은 대부분의 경우 대만제품을 쓴다”면서 “한 기업에서만 연간 8000억~9000억원을 (통합 수신 칩 구매비용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통합 수신 칩 개발 지연에 우려도 나온다. 엔지니어링 샘플 생산 후에도 개별 디지털TV에 최적화된 칩을 양산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LG전자는 통합 수신 칩 양산 후 자체수급을 통해 디지털TV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나아가 삼성전자에도 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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