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ㆍ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한국 정부와 추가 대북제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일 방한한 가운데 그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천안함 사태 이후 꺼내 든 추가 대북 금융제재가 독자적인 압박 수단이라는 점에서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 방법과 수위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불법활동과 관련된 기관(기업)과 개인 등에 대한 개별적인 리스트를 만든 뒤 관련 계좌를 동결하거나 거래를 중단시키는 방법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존 대북 제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초점을 뒀다면, 추가 제재는 위조지폐나 마약 등 불법행위와 관련된 범위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무대인 관련국의 협조가 무엇보다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제3국 금융기관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는 '이란식 제재'를 적용하는 대신 행정명령에 의존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북한 자금 2400만달러를 동결한 이후 협상을 거치면서 이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제재를 하지만 북쪽에서 유연하게 나올 경우를 대비한 출구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제3국 금융기관이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인가 여부다.
미국은 대북제재의 국제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 1874호의 자발적인 이행을 촉구하되, 제3국 금융기관의 북한 은행,기업과의 거래를 사실상 강제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국내법적으로 강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무엇보다도 북한 계좌가 집중돼 있는 중국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국이 자발적으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노리는 대북 압박의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을 동원해 중국에 대한 대북 제재 동참을 설득하는 등 외교적인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이른바 '책임감 이론(responsibility'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에서 리더로 부상하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북 압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강연에서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며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설득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아인혼 조정관은 오는 3일까지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연쇄 방문한 뒤 다음달 말께 중국을 별도 방문해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한 협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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