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그러게요. 우리도 뭔가 내놓아야 할 텐데, 사실 업종 자체가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분야가 별로 없어서...."
얼마 전 만난 모 기업 임원은 요즘 '상생(相生)' 때문에 난리인데 별거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끝을 흐렸다.
A부터 Z에 이르는 핵심 공정은 모두 이 기업 자체서 해결하기 때문에 협력업체라고 해봐야 시설물 관리 등을 아웃 소싱한 업체들이기 때문이라는 게 보충 설명이다.
동종의 다른 기업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을 질책하자 연일 보도 자료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대 기업은 보도 자료를 통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지원 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이지도 않고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이를 유도할 계획이라고만 한다. 비단 이 기업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재벌은 따뜻한데 하청업체는 춥다"며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다 하겠다"고 선언하자마자 대기업들은 경쟁하듯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대기업인 삼성·현대차그룹·포스코 등이 가장 먼저 화답했다.
대부분이 1차 협력 업체의 범위를 확대하고 여러 가지 혜택이 2·3차 협력업체에게까지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원료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단다.
기업들마다 업종의 특성이 있고 상생의 방법이 다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상생 방안은 거기서 거기다.
여기에 속이 타들어 가는 건 '상생'방안을 내놓고 싶어도 내놓을 수 없는 기업들이다.
속내를 아는 이들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자세한 속사정을 잘 모르는 관계자가 한 마디라도 하게 되면 없는 '상생'도 만들어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 관계자의 말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 기조에 맞춰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상생 방안을 내놓는 건 일단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대책들이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끝날 것인지는 미지수다.
또 천편일률적인 '상생'을 위한 '상생'인지 기업들의 다양성을 인정한 '상생'이 될지도 두고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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