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집 있으세요?" "아, 예", "괜찮으세요?" "…"
요즘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안부 인사다. 가격 하락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주택시장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안부 인사를 자주 듣게 된다는 한 지인은 "화를 내야할지,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당황스럽다"며 한숨을 짓는다.
"예전에는 집이 있으면 부러움의 대상이었어요. 결혼전에 신랑감의 자격조건처럼 여겨질 정도였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집=빚'이라는 인식부터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의 말은 사실이다. 최근 집을 소유한 유주택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데 금리는 오름세여서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들은 더하다. 이 같은 현 세태를 표현한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단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정도다.
하우스 푸어는 빚을 내 주택을 무리하게 구입했다가 재정적으로 문제가 생긴, '아파트 없는 중산층에서 아파트 가진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집값은 내려 투자수익은 기대할 수 없는데 월급의 대부분은 은행이자로 들어가니 생계 자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우스푸어는 부동산이 활황기던 2005년, 2006년 집을 산 수요층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당시에는 중소형에 비해 중대형이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커 투자가치가 높은 편이었다. 당연히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중대형을 대거 매입했다. 집을 사자마자 몇억이 올랐으니 높은 은행이자 부담에도 신이 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값 하락기인 현재, 집값 하락폭 또한 중소형보다 중대형이 훨씬 크다. 반면 물가와 금리는 연일 오름세다.
부동산 광풍까지 일던 2006년 말에는 "옆집 김모씨 네 집은 하루 아침에 1억이 올랐더라"는 소식이 흔하게 들려올 정도였다. 너도 나도 일단 부동산에 돈을 묻고 보자는 '묻지마식 투자'가 성행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컸다. 당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 및 주택공급 방안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최근에는 정부가 재건축 용적률 상향조정 등 규제완화를 시도했지만 집값 하락국면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내놓더라도 단기간에 하락기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워 보인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지켜만 보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유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죄인 같은 심정을 안고 살아가는 현 세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니 앞으로 하우스푸어 인생이 또다시 양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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