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화물 위주 항만인 부산항에 벌크(bulk)화물을 처리할 공간이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벌크화물이란 컨테이너에 담지 않고 운송하는 고체 상태 화물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기계류, 철강금속제품, 화학공업제품, 플라스틱, 고무, 가죽, 섬유류, 원목 등이 벌크화물에 속한다.
24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항 전체 물동량 중 벌크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2% 정도로 낮지만,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벌크화물은 갈수록 늘고 있다.
문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벌크화물을 처리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항에서는 북항 일반부두(1,2,중앙,3,4 부두)에서 주로 벌크화물을 처리해왔는데 북항 재개발사업으로 이미 폐쇄됐거나 2013년 말까지 모두 폐쇄될 예정이어서 처리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감천항에서도 벌크화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신항 다목적부두에는 수출용 차량으로 붐벼 당장 올해 말부터 벌크화물 처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민에 빠진 BPA는 여러 대안을 고려 중이다.
먼저 신항으로 물동량을 빼앗겨 여유가 생긴 북항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벌크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일반부두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컨테이너 전용부두운영사들과 합의해야 하는 걸림돌이 있다.
BPA는 감천항 행정선 부두와 3, 4부두 인접지역으로 선석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BPA는 장기적으론 '벌크화물 중계기지'를 조성해 부산항을 벌크화물 국제물류거점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벌크화물 중계기지는 물류센터 개념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 업체들에서 벌크화물을 모아 생산거점별로 분류한 뒤 재수출하거나 배송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벌크화물 중계기지는 수심 25m 이상인 해상에 지어도 되고 배후물류부지나 부두 인근 산업단지에 지어도 된다. BPA는 부산항 남외항이나 신항 해상, 신항 배후물류단지, 신항과 가까운 미음산업단지나 국제산업물류도시 등을 후보지로 꼽고 있다.
BPA 관계자는 "올해 말이면 부산항에서 벌크화물 처리가 어려워질 정도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라며 "부산항이 고부가가치 항만이 되려면 컨테이너 화물 편중 현상을 극복하고 벌크화물 처리 비중을 높여야 해 벌크화물 중계기지 조성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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