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제품 카테고리 '가지'를 쳐라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소비재 기업 제품목록 관리전략 소개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제품 진열대 앞에서 뭘 사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치약 하나만 해도 용량이나 향, 색깔, 브랜드 등이 천차만별인 탓이다.

소비재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한 결과다. 기업들은 취향이 각기 다른 모든 소비자를 한 데 끌어모으기 위해 제품 가짓수를 한껏 늘려놨다.

그러나 제품 가짓수가 늘어나는 만큼 비용 부담은 커지고 납품망도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그저그런 제품만으로는 '대박'을 기대할 수도 없다.

반면 제품 생산라인을 단순화하는 데 따른 이점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매출과 소비자들의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마케팅이 한결 수월해진다.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 생산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제조업체는 유통비 부담을 덜 수 있고 유통업자는 진열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이 내는 경영저널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소비재 기업일수록 제품의 가짓수는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제품 포트폴리오 관리전략을 소개했다.

◇소비자는 무시해라
SMR은 다양한 제품을 마다할 소비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즐겨 쓰던 제품이 단종되는 것을 반길 소비자도 없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때 소비자보다는 객관적인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이유다.

SMR은 특히 판매시점관리(POSㆍPoint of Sale)시스템 통계와 고객 충성도, 단위면적당 매출 등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매출 대비 수익이 적은 제품과 재고비용이 많이 드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잦은 결함이 발생하는 제품 등을 우선 제거대상에 올리라고 덧붙였다.

◇제품군(tier)을 세분해라
제품을 소비자행동에 따라 구분하는 것도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례로 한 식품업체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맞춰 제품을 핵심ㆍ틈새ㆍ계절ㆍ휴일ㆍ대체군으로 나눴다. 그 결과 핵심 제품군은 전체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전체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안 됐다.

반면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구입하는 대체 제품군은 제품 비중이 65%를 차지했지만 매출 기여도는 10%에 그쳤다. 결국 이 회사는 대체 제품군의 생산비중을 낮추고 핵심제품에 집중, 매출을 극대화했다.

◇'가지치기' 전담팀을 꾸려라
SMR은 마케팅과 영업ㆍ재무ㆍ생산ㆍ연구개발(R&D) 인력을 두루 끌어모아 '제품 가지치기(product-pruning) 팀'을 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업무지식을 가진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제품 목록에서 제거할 대상을 고르면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MR은 미국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클로록스가 가지치기 팀을 통해 제품 목록에서 제거하거나 비중을 늘려야 할 대상을 꼽은 결과 전체 생산 제품의 80~90%가 매출 및 수익 목표치를 달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가지치기 팀에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소매업자를 참여시키면 제품 카테고리를 최적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택의 여지를 없애라
처음부터 선을 명확하게 그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식료품 전문 체인 트레이더조는 한 제품이 제 몫을 못하면 곧바로 다른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전략은 경기침체로 소비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의 단위면적당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매업체들은 특히 저가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트레이더조의 전략이 들어맞았다고 평가했다.

◇대량 주문제작도 방법
대량 주문제작 전략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 PC업체 델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소비자가 선택한 사양에 따라 컴퓨터를 제작ㆍ판매하는 방식으로 제품 목록을 단순화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 방식을 채택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부품을 최대한 신속하게 다양한 조합으로 묶을 수 있는 생산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고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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