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상조업 진출, 할부거래법에 발목 잡히나

위탁운영 금지…직영시 초기 자본금 만만치 않아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농협이 상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달부터 지역 조합에서 상조업을 위탁 운영하는 일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이달 18일부터 시행된다. 최근 상조업에서 급증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문제는 바뀐 할부거래법 상 그 동안 상조업을 위탁 운영해 오던 일이 금지됨에 따라 농협의 상조업 진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 그 동안 농협중앙회에서 상조업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과 지역 조합에서 위탁 운영하는 방식 등을 다양하게 검토해 왔었다. 하지만 상조업을 직접 운영해야 할 경우 초기 자본금이 막대해 위탁 운영하는 방식에 힘이 실렸던 게 사실이다. 

농협 관계자는 "실무자 선에서 상조업의 직영 뿐 아니라 위탁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운영방식을 고려했었다"며 "하지만 바뀐 법으로 인해 직영으로만 할 경우 초기 자본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원공제회가 상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500억원의 자본금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협은 상조 사업의 타당성에 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신협은 2007년부터 재향군인회와 함께 각 지역 조합을 통해 상조업을 위탁 운영해 왔다. 신협 관계자는 "이달부터 직영으로 운영해야할 경우 초기 자본금 등이 필요한 것은 물론 사업의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협은 상조업을 위탁 운영하는 대신 재향군인회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1건당 1만2000원의 수수료로 10만건 이상의 실적을 내며 141억원(6월말 기준)의 수익을 냈다. 이 같은 위탁 수수료는 실적에 따라 지역 조합에 돌려준다.

하지만 이를 직영으로 할 경우 지역 조합의 자발적인 사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신협 관계자는 "직접 상조업을 운영하면 지역 조합 입장에선 수익을 낼 구조가 사라져 굳이 상조업을 할 이유가 없다"며 "사업 활성화가 안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아직 사업을 검토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정해진 게 없다"며 "내부적으로 이사회 승인 뿐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의 사업 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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