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로 산재된 공기업 관리ㆍ감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일원화해 객관성을 담보하려던 것도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 결여로 '수박 겉핥기식'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영평가 실적 기관장 거취와 직결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는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 23개 공기업과 교통안전공단 등 73개 준정부기관을 포함해 모두 96개 기관이 대상이다.
교수ㆍ회계사 등 185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매년 리더십, 공공기관 선진화, 고유 과제 이행 등에 대한 기관장 평가와 경영전략, 시스템, 성과 등 3개 부문 30여개 지표를 기관 평가 잣대로 삼는다.
경영평가 결과는 기관장의 거취와 직원들의 연말 성과급 책정의 기준이 된다. 기관장 평가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90점 이상이면 '탁월', 80점 이상이면 '우수', 70점 이상이면 '양호', 60점 이하의 점수를 받을 경우 '미흡'으로 분류돼 경고를 받는다.
지난 8월 감사원 특정감사에서 드러난 농어촌공사의 경우 경영실적 평가를 허위로 작성해 460%에 해당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게 들통났다. 허위보고된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총점 80.5점으로 B등급을 받아야 했는데도 총 인건비 산정률에서 만점을 받아 A등급을 받게 된 것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
공기업 경영평가를 둘러싼 논란 | |
비판 | 정부 설명 |
총괄 부처 일원화 따른 전문성 결여 | 국민 고객만족도 개선 등 긍정적 |
여전히 높은 비계량 지표 비중 | 매년 비계량 지표 축소 추세 |
대학교수의 과도한 의존도 | 비중 축소하고 변호사 등 확대 |
불필요한 연간 평가 | 평가항목 축소 검토 |
너무 획일적 평 | 계량지표 확대위해 불가피 |
이같은 난맥상이 빚어진 것은 각 부처 차원에서 진행돼야 할 관리ㆍ감독 기능이 부재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재정부는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공기업이 보고한 경영실적을 토대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어 허위보고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가장 큰 문제로는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점이 꼽힌다.
경영평가 결과가 기관장의 거취와 직결되다보니 감사원의 눈을 피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적 부풀리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
지난 4월 경영평가 실사를 받은 B기관의 경우 40여명의 부서별 성과 담당자로 구성된 전담팀이 2개월간 평가서를 만드느라 합숙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부처 산하에서 경쟁을 하는 기관들은 경영평가의 주요 항목 중 하나인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유업무인 심사절차를 느슨하게 진행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모 기관은 직원들이 직접 고객만족도 조사 현장에 나가 민원인 행세를 하며 좋은 평가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관은 올해 기관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평가방식부터 뜯어 고쳐라"
경영평가를 총괄하는 재정부는 그러나 부작용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민이 느끼는 공기업 고객서비스 만족도가 크게 개선되는 등 순기능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영평가가 강화되면서 비효율적인 인력운영, 과도한 복리후생 등으로 인해 그동안 '신의 직장'이라는 비난을 샀던 공공기관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개선된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공기업 경영진은 임기제이다보니 노사문제 자체를 책임경영이란 측면에서 보지 않는 데다,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협상할 유인도 없다"며 "노사관계 개혁을 위해서는 단순하고 투명한 임금체계 등 시장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체질을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적에 연동된 평가, 임금체계의 합리화, 노사관계의 개선을 담아낼 수 있는 평가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방만과 비효율을 바로잡으면서도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한 공기업에는 파격적인 수준의 자율경영권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경영을 잘해서 받은 성과급을 돈잔치를 했다고 표현해 억울해 하는 측면도 있다"며 "처벌도 처벌이지만 잘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상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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