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11일 프로축구 정규리그 대구FC와 경기에서 생애 처음으로 공격포인트 3점(1골 2도움)을 올리며 팀에 4-0 대승을 안긴 FC서울의 막내 공격수 이승렬(21)이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섰다.
어느 선수보다 입고리가 올라가고 귀갓길 발걸음도 가벼울 법했지만 이승렬은 마치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선승(禪僧)처럼 고요한 눈초리를 보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직 미흡하다"며 태극마크 반납을 지시한 것에 대해 이승렬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얘기한다.
"남아공 월드컵에 다녀오면서 스스로 스트라이커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저 오로지 골만 넣으려 했죠. 하지만 이제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승렬의 눈가엔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이승렬은 조광래 감독이 정확히 자신의 미흡한 부분을 짚어주지 않은 채 대표팀에서 탈락시킨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제 갓 스물을 넘은 3년차 프로선수가 자가진단한 병명은 바로 '수비 홀대' 증후군.
진단이 내려진 만큼 처방은 손쉬웠다.
이승렬은 "앞으론 공격과 더불어 수비에도 신경 쓸 겁니다. 갑자기 변하진 않겠지만 지금부터 하나하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 거에요"라고 말하며 최전방 공격수이자 최전방 수비수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FC서울의 데얀 같은 스트라이커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승렬은 "맞다. 박스 안에서만큼은 데얀 형이 최고다. 배우고 싶다"는 말로 팀 동료 데얀에 질투 섞인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어느 나라 리그에 진출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승렬은 "아직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기회가 온다면.."이라는 뻔한 수순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제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아스널이 있는 프리미어리그도 가보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그려왔던 꿈을 입 밖에 내기란 누구도 쉽지 않은 법이지만 이승렬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솔직하게 자신의 청사진을 미리 내보였다.
이승렬이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얻은 깨달음과 겸손의 자세로 꾸준히 수양해 조광래호에 다시 승선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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