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수도권 집값 내림이 심상치 않다. 약 9개월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행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는 작년 말 이후 지난 9월11일까지 서울이 -2%, 인천 -2.4%, 경기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집값이 이 정도로 떨어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집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강남구(-1.6%), 송파구(-1.7%)의 내림폭은 평균 하락률보다 낮았다. 서초구의 경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0.2% 올랐다.
이는 이례적인 결과다. 재건축 물량이 많아 투자수요(일부 투기수요를 내포한 개념)가 가장 들끓는 강남3구는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등 호재가 예상되면 집값이 가장 먼저 뛰어 오르고, 규제강화나 시장침체가 시작되면 가격 하락이 제일 먼저 이뤄진다. 그 폭도 다른 지역보다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송파구 잠실동 장미아파트의 경우 고점인 2006년 말과 비교해 48%나 폭락했고, 강동구 둔촌동과 고덕동 일대 아파트 값도 3% 이상 떨어졌다.
당시 투자수요가 금융위기라는 외부적 변수에 크게 동요한 탓이다. 또 집값이 너무 올랐던 데 따른 부담감도 함께 작용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29 대책을 통해 정부가 수도권 주택거래 띄우기에 들어갔지만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주택 매입수요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3구는 하락폭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용인, 목동 등 일명 다른 버블지역과도 궤도를 달리하고 있다.
기존 공식대로라면 하락기인 만큼 강남3구 주택 가격 내림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커야하는 데도 말이다.
얼마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는 현재의 강남 분위기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돕는 부분이 있다.
사라졌던 강남부동산 큰손들이 귀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남 재건축 물량에 주로 손을 대 '단타' 방식의 투기를 일삼아온 이들은 금융위기와 함께 한동안 사라졌었다. 그런데 최근 역세권 급매물 소형 위주로 이들의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남3구 집값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전반적인 강남 중심지 가격이 아직 덜 빠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반대로 이 지역 부동산에 대한 기대치가 여전하다는 분석으로도 들릴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를 풀면서 시중에 유동자금 여유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규제도 왠만한 것은 다 풀려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여유가 생긴 유동자금은 어느 쪽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일까, 다함께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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